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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Sep 23. 2021

'문디 가스나'의 직업은 무엇일까요?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소소한 생각

몇 년 전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경상도 사투리 한 문단이 돌면서 무슨 뜻인가 알아맞히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 문단이 친구를 통해서 나에게도 전달이 되었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디 가스나야, 만다꼬 질질짜맨서 방 기팅이에 쌔리 공가가 있노? 니가 그카이 가가 그카지 니가 안그카믄 가가 만다꼬 그칼끼고. 글마 끌베이가튼데 단디 정니하고 그른 너믄 재끼뿌고 퍼뜩 이자뿌라. 영 파이다. 금마 아이라도 까리하고 혼빵가는 아덜 천지빼까리다! 고다꾜 쏵쌔미 추잡꾸로 그기 머꼬? 글그치게스리 내한테 함 자피바라, 고마 쎄리마 어데 널짜뿌가꼬 궁딜 주차삘라니깐. 마 쫌 인자 고마질질짜라 엥가이 햇쓰니까네.


문제) 위 지문을 읽고 어머니에게 혼나는 여자 주인공의 직업을 말하시오.




과연 여자 주인공의 직업은 무엇일까?


그 지역 사람이 아닌 다른 지역 사람이 강약과 억양이 없이 위의 문장을 텍스트로만 읽으면 그 의미 전달이 잘 안될 것 같다. 나는 경상도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텍스트로만 읽어도 바로 답을 알아맞힐 수 있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은 어떨까?


위 텍스트를 다시 표준어로 써보면 다음과 같다.


으이그 이 지지배야, 뭐 때문에 이렇게 울면서 방구석에 처박혀 있니? 네가 그러니까 그 애가 그러지. 네가 안 그러면 그 애가 왜 그러겠니? 그 애는 거지 같던데 깔끔히 정리하고 그런 애는 빨리 잊어. 전혀 아니올시다더라. 걔 아니더라도 멋지고 잘난 애들 아주 많아.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이 지저분하게 왜 그러니? 번거롭게 나한테 한번 잡히면 내가 그냥 확 넘어뜨려서 엉덩이 차 줄 테니깐. 이제 그만 울어. 고만됐어.


답은?

고등학교 선생님이다.


물론, 이 텍스트는 조금 과장되게 표현 한 점이 없지 않으나 실제로 부산 부근의 지역에서는 웬만큼은 다들 위의 문단과 비슷하게 실제로 이야기를 한다.

억양이 많이 강하기 때문에 경상도에 좀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살더라도 사투리를 수정하기 힘들어한다. 특히 억양과 어조는 정말 고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요즈음의 사회 분위기는 사투리를 표 나게 쓰더라도 심하게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해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사투리를 쓰면 촌스럽다고 면전에 대놓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살면서 사투리를 고치지 않으면 왜 사투리 습관을 고치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요새는 방송에서도 많이 쓸뿐더러 많은 문화콘텐츠에서 자연스럽게 다뤄지고 있어서 그 시절에 비해서는 비교적 많이 자유로워졌다. 억양을 고치기 힘든 경상도 성인 여자로서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억지로 심하게 사투리를 쓸 것까지야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투리에는 우리의 사라져 가는 고어의 흔적도 여전히 남아있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민속적 특색도 남아있다. 때로는 미디어의 발달과 표준어 사용의 권장으로 인해 사투리의 사용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나만 해도 우리 어머니가 쓰던 사투리를 내가 모르는 것도 많고 또 내가 아는 사투리 말을 내 아들딸이 모르는 경우는 더 많다.


대학 시절 민속학 과목을 배울 때, 부산 가덕도 섬 주민들이 쓰던 말을 수집하러 간 적이 있었다. 우리가 수집하던 가덕도의 말은 가덕도에 사시던 7~80대의 할머니들이 쓰시던 말이었는데 그 말은 할머니들이 젊은 시절에 흔히 사용하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할머니가 되었고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할머니들이 쓰시던 말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당시 민속학과 엣 언어를 연구하던 교수님은 방언이 자꾸 사라져 간다고 안타까워하시며 그나마 섬의 말이 온전히 남아있던 가덕도에 자주 내려가셨다. 

지방의 사투리는 우리 언어의 변천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지표가 될뿐더러 민속과 지역 특색 연구에도 아주 좋은 자료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사투리의 경시와 소멸에 대하여 우려를 하였다.


지금으로부터 한 세대가 더 지나고 가면 행여나 우리 엄마 말과 내 말도 수집을 해야 되는 말들이 되어 있지나 않을까 살짝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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