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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Aug 17. 2020

이희영 - <페인트>

나는 좋은 부모일까?


<페인트>는 작가 이희영이 위의 물음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 소설이라고 한다.


저출산이 일상이 되어버린 어느 가까운 미래의 대한민국.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들은 "아이는 국가가 책임지고 키웁니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설립된 NC(Nation's Children)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만 19세가 될 때까지.


NC의 아이들은 NC에서 13세에서 19세까지 NC에서 엄선하여 골라준 부모 후보들을 직접 면접하여 부모 될 사람을 선택한다. NC 아이들이 실시히는 부모 면접(Parent Interview), 이른바 '페인트'에서 아이들은 이들은 나에게 잘해줄 부모인가, 나와 맞는 부모인가를 심층 면접하고 합숙한 끝에 부모를 선택한다.


물론, 소설 밖 현실에서든 소설 속 가상 미래에서든 선택은 언제나 옳을 수는 없다. 심층면접 끝에 고른 부모도 실생활과 기대와 다르다면 아이들과 부모들은 서로를 포기하고 관계를 종료한다. 그리곤 다시 페인트, 다시 부모 선택의 순환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꽤나 근본을 중시했다. 원산지를 따져가며 농수산물을 사 먹듯 인간도 누구에게서 생산되었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내가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
(page 44)



페인트에 회의적인 17살 주인공 제누301은 오랜만에 실시하는 부모 후보들과 면접을 진행하면서 그리고 다른 가디들보다 더 아이들의 행복과 좋은 부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가디 '박'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깊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제누301은 '박'이 생각하기에 철없어 보이는 부모 후보를 두 차례 면접을 보았다. NC아이들에게 언제나 가장 좋은, 준비된 부모를 연결시켜주려는 '박'. 이 철없는 부모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박'에게 제누301은 말한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page 111)




그동안 부모 면접에서 아이들에게 항상 준비된 부모, 완벽한 부모, 최상의 부모인 것처럼 보여주려고 했던 부모 후보들을 퇴짜 놓았던 제누301은 오히려 약간은 철없어 보이는 예술가 부부와 부모 면접을 진행하면서 진짜 부모라면, 진짜 가족이라면 어떨까, 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한층 성숙하게 된다.


제누301이 고민 끝에 생각한 가족과 부모는 내가 유념하려던 가족, 부모의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이란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람들 인지도 몰랐다. ‘먼발치‘라는 말의 뜻은 시야에는 들어오지만 서로 대화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거리,라고 한다. 그게 부모와 자식 간의 마음속 거리가 아닐까? (page 160)



고민하고 생각을 거듭한 제누301은 과연 철없는 부모 후보들을 부모로 선택을 했을까?

왜 가디 '박'은 늘 아이들에게 완벽한 최상의 부모를 연결시켜 주려고 그렇게 고심했을까?

이 소설의 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결말을 알려서 완독하려는 예비 독자들을 실망시키지는 않겠다.




아이들이 다 자라 성인이 된 지금, 과연 나는 좋은 부모였을까?

그리고 지금, 좋은 부모이고 있을까?


소설 속 NC 아이들처럼 부모를 면접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된 된 부모로서 '선택'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육아를 하는 동안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내린 나의 결정이 과연 정말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결정이었는지 돌이켜본다.


부모 노릇하면서 내린 선택의 단점은 그 결과를 순간에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모 노릇하면서 아이를 위한 선택의 결과는 아이의 인생을 돌이킬 수 없는 단계쯤이 되어야 알게 되고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부모는 그 선택의 결과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오롯이 부모가 내린 선택의 결과를 아이에게 떠넘기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로서 내리는 작은 선택 하나하나에 결정 장애가 오고 수많은 상담의 거래가 오고 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숱한 과정을 거쳐 나는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재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어쨌든 나는 한 발짝 떨어져 먼발치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지켜보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해왔다. 그 노력은 혼자만의 자위로 끝날까, 아니면 어느 날 자부심으로 돌아올까.


책을 덮은 날, <페인트>의 질문을 되새기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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