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가 잘 돼서 목표로 했던 체중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감량속도가 둔해지고 있죠. 손에 잡힐 듯하던 '결전의 날'까지의 감량이 신기루처럼 점차 멀어져 갑니다. 마음이 괴롭고 꺾일 것만 같습니다. 이때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다이어트는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걸까?
오늘은 다이어트의 '멈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네요.
다이어트로 목표했던 감량의 80%에 도달할 때까지의 여정을 생각하면 참 뿌듯합니다.
몸은 뒤뚱거리고 조금만 걸어도 무릎이 아프고 피곤했죠. 날씬했을 때 입었던 옷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뚱뚱한 지금은 입을 옷이 몇 개 없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밖에 나가서 산책하는 것도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내 몸이 수치스럽게만 느껴집니다.
체중은 어쩌면 '상처의 무게'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것들을 용기로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쌓아갑니다. 감량이 진행되면서 1-2주 만에 만나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달라져 가는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고 감탄합니다. 어깨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뿌듯합니다. 못 입던 사이즈의 옷도 입어봅니다. 세상에나 옷이 딱 맞습니다! 감동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렇게 매일을 쌓아 올립니다.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체중이 100kg만 되어도 바랄 게 없을 것 같아'. 한때 꿈꿨던 간절한 바람이었죠. 네. 간절했던 꿈의 체중은 진작 달성했습니다. 여러분들도 과거에 그렇게 꿈꿨던 체중을 이미 달성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주마등이 스쳐갑니다
그런데 말이죠. 간절했던 체중을 달성한 지금. 만족하시나요? 저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일 거울을 볼 때마다 경탄하고 감동합니다. '마음을 먹는 것 만으로 몸의 1/3을 잘라내는 게 가능하구나'. 또 한편으로는 더 멋진 몸을 갖고 싶고 내 모습이 여전히 추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음이 복잡합니다.
그냥 원숭이일 뿐이고 아저씨일 뿐인데 뭐가 마음에 안 들까?
제 목표는 83kg입니다. 2개월이면 달성되는 몸무게입니다. 목표로 했던 체중에 도달하면 만족할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만족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근육을 원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근육이 생기면 다음은 피부? 그다음은? 네. 외모에 대한 끝없는 욕망이 고통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우린 이 욕망을 어디서 멈춰야 하는 걸까요?
오늘 새벽에 산책을 하면서 외모에 대한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기게 되었습니다. 외모에 대한 욕망은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평가되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허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확인했죠. 타인을 의식해서 어떤 인상을 심는 게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명품을 1개 더 들었다고 사람이 고귀해지거나명품이 되는 것은 아닐 텐데 어리석은 생각이죠.
그동안 머릿속에서 봉인해 왔던 생각을 꺼내봤습니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는 지금 멈춰도 되는 게 아닐까?'
본인 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데 고통받지 않고 건강관에 부합된다면 다이어트를 멈춰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다이어트 목표를 생각했습니다. '목표 체중'처럼 막연한 숫자는 잘못된 것이란 것을 깨달았죠.
오늘 외모에 대한 욕망을 제외하고 다이어트 목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봤습니다. '1박 2일 등산이 무리가 가지 않는 몸'이 제 다이어트의 궁극적인 목표점이었습니다. 의외로 간단하고 별거 아니죠?
제 다이어트의 끝이 명확해졌습니다. 짧은 산행에도 안심할 수 있는 체중과 무릎 근육을 키우는 것이 제 다이어트의 목표입니다. 첫 번째 산은 광교산일 것 같네요. 도전해서 힘들면 다이어트를 지속하고 괜찮으면 다이어트를 중지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고통의 끝자락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연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몸이 다이어트의 목표
여러분은 어떤가요? '외모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고 '목표 체중'이란 숫자를 지우면 여러분의 다이어트 목표는 무엇일까요? 의외로 저처럼 간단한 것일 수도 있어요.어쩌면 몇몇 분은 이미 다이어트 목표를 달성하셨을지도 모르죠.
우리가 다이어트를 하는 것엔 변함이 없지만 최종 목표지점을 약간 수정하는 것만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막연함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목표지점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 만으로 다이어트의 끝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지도 몰라요.
오늘 저녁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찬찬히 다이어트 목표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