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키코모리 K선생 Mar 25. 2024

달성 :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착각!

응. 아니야.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다이어트 목표에 도달하셨나요? 기본욕구를 통제해서 목표에 도달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자주 떠올려도 좋은 일생일대의 사건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칭찬하고 존경할만한 일을 한 가지 해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스스로에게 너무도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내적으로도 성장한 것 같지 않나요? 아마도 인생에 힘든 일이 찾아오면 다이어트를 해냈던 기억이 용기를 내는데 조금은 보탬이 될 거예요. 게다가, 여러분은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영감과 용기를 불어넣는 존재입니다. 여러분의 다이어트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었다는 점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존재가 영감이고 증명입니다. 사람을 감화시킵니다. 훌륭합니다!



행복에 충만하고 해방감이 느껴집니다. 편히 쉬면서 자유와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으실 겁니다. 다이어트 성취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마음이 들뜨기도 할 겁니다. 압니다. 알아요.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네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련의 시작입니다. 다이어트 기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험이 시작됩니다. 긴장을 한순간도 놓아선 안됩니다. 왜일까요? 5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음식에 대한 만족도와 쾌감이 위험할 정도로 높다.

더운 여름에 운동하고 나서 마시는 차가운 맥주의 맛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수분을 갈구하는 몸에 스며드는 맛? 아무거나 먹어도 그걸 넘어서는 쾌감이 찾아옵니다.
아무거나 마셔도 이 정도의 쾌감이...


2. 체중이 순식간에 증가하기 좋은 몸이다.

저칼로리 식단을 유지해서 몸이 뭐든지 흡수할 기세입니다. 게다가 칼로리를 최대한 덜 쓰는 몸으로 바뀌어져 있습니다. 근육이 많이 감소했습니다. 체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에 딱 좋은 상태네요!
돌도 소화시킬 수 있는 몸인데 햄버거쯤이야...


3. 부상이 쉬운 몸이다.

평소 루틴과는 다른 활동들이 많아집니다. 근육이 많이 빠진 상태지만 몸이 가볍기 때문에 본인이 취약한 상태란 걸 잊게 되죠. 그래서 다이어트 직후에 부상이 잦습니다. 특히 발목!
운동화에서 벗어나자마자 이크!


4. 여러분을 노리는 사람들이 다가온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음식을 먹이려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선의든 아니든 간에 먹이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빡빡하던 다이어트 일정대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합니다. 때때로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깁니다. 위기입니다.
너한테 음식을 먹이는 게 오늘부터 내 목표야


5. 오만의 시작.

'다이어트는 끝났다. 나는 목표를 달성했다. 언제든 감량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그런 마음이 무의식 중에 고개를 쳐듭니다. 체중이 늘어나도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쉿! 나 다이어트 성공한 남자야. 조언은 필요 없다고!


모두 위험합니다만 4번이 참 곤란합니다. 나머지는 스스로 회피하거나 조절할 수 있지만 사람을 만나야만 하는 때가 있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게 있으니까요. 술자리는 제로음료와 고기로 폭식해 봐야 1000kcal로 선방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폭식이고 괜찮습니다. 하지만, 디저트와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빵, 푸딩,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면 답이 없습니다. 한번 입을 대고 폭주하면 끝입니다.

주말 새벽에 손수 구운 빵을 직접 손으로 찢어서 제 앞에 놓아주시는 어르신의 친절을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더라고요. 네. 어제 폭식했습니다. :(




제가 다니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나무로 되어 있고 튼튼하죠. 착각이었습니다. 겨울엔 영하의 온도로 단단히 얼어있어서 몰랐던 거죠. 사실은 상태가 말이 아니더라고요. 봄이 되어 눈이 녹고 비가 와서 나무가 물러지고 보니 나무는 물렁물렁 삐걱이고 못은 몇 개나 빠져있고 꽤 위험해 보였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이어트중일 때는 스스로를 엄격히 통제하고 조여서 지금 상태가 된 것이죠. 아직은 일상을 받아들이기엔 부족한 몸이라는 걸 자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하면 지금을 잘 헤쳐나갈 있을지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끝이지만 끝이 아니었구나?!


이전 11화 멈춤 : 다이어트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