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의 기쁨과 신성함을 되새긴 날
최근 들어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겨울에 운동하면서 허벅지가 쓸렸었는데 그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다. 이번 상처도 오래가려나?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팔뚝에 별다른 상처도 없이 자라온 게 어이없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엔 상처가 좋다. 흉터가 좋다. 살아온 흔적이고 이겨낸 흔적이다.
89.9kg이 되었다. 99.9kg이 된 날을 돌아보았다. 그땐 두 자릿수 몸무게가 되었다는 것에 너무도 기쁘고 성취를 느꼈었다. 이번엔 기쁨이 느껴지질 않는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상태에 가까워졌다. 바람직하다.
다이어트를 중단한 뒤 체중은 기록할 뿐 의식하지 않았었는데 오늘 확인해 보니 1달에 3.5kg의 감량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잘 먹어주는데도 감량이 이어지는 것은 근육이 빠지는 상황일 지도 모르겠다. 근육 상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무릎 재활운동과 하체 인대 강화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무릎의 상태를 보기 위해서 1주일에 한 번씩 등산을 하고 있다. 지난주엔 등산 중에 무릎의 통증이 거의 없었다. 5월엔 초보 트랙킹 동호회를 따라 오대산에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했던 것을 다시 즐길 수 있게 될 거라는 소망은 특별하다.
낮에 힘을 써서 한잠 자고 늦게 일어났다. 오늘은 카페에 가는 일과를 빼먹어서 부랴부랴 챙겨 입고 투썸플레이스에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늦은 시간 카페에서 쓰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루 한번 카페에 가는 것은 정해둔 정신단련 일과이기 때문에 빼먹을 순 없다. 치료도구로서 카페를 가는 것도 끝이 보인다.
카페에서 나와 자그마한 트랙을 찬찬히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취업활동이 잘 풀리지 않음에도 여유로운 기분이 들어도 괜찮은 건지, 5월엔 몸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하자는 생각, 목표에 압도돼서 학습이 지지부진한 것을 타개할 방법, 히키코모리 경험을 살려 봉사할 방법, 날이 뜨거우니까 산책용 팔토시를 사야겠다는 생각, 수영해야겠다는 생각 등등
큰 불안과 걱정 없이 상념을 긁적이는 것으로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행복한 인간이 되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