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었다. 한 달 동안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인정하진 않았지만 내심 초조했던 것이 쌓일 만큼 쌓여 분출된 것이다.
갈 길이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다
난 언제 사회로 나가게 될까? 난 언제까지 제자리에서 맴돌게 되는 걸까?
그리고 이틀 뒤. 지난주 금요일 5월 10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뭣?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제정신이 아닌 가운데 아르바이트를 했다. 10년 백수의 마침표를 찍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 체력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으니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그 선을 넘어가려면 실패하고 상처를 입어도 두려움 없이 계속 시도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저 마주하는 게 두려워서 주저할 뿐이었다.
내 그림자와의 싸움이다
지난주 목요일 저녁. 독서모임에 독후감을 쓰러 들어가는 도중에 아르바이트 광고가 보였다. 몸을 쓰는 아르바이트다. 일당 9만 원. 카푸치노 16잔이다.2주간의 카페 수행에 도움을 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10년간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까먹어서 슬슬 압박이 생기고 있었다. 음. 돈 벌고 싶다.
요즘 '두려워하지 말라, 주저하지 말라'란 말씀에 대해서 묵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주저하지 말고 지원해 봤다. 진짜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연락이 덜컥 왔다. 금요일 08:30까지 출근해 달라고 했고 알았다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신분증, 통장사본을 사진으로 보냈다. 잠시 멍해졌다. 몇 시간 안 남았는데.. 진짜로 아르바이트 가는 건가? 머릿속에서 혼잣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저기요. 제정신이세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왕복 2-3시간 걷는 것으로도 지치는 주제에 갑자기 그렇게 힘든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는 건 민폐가 아닌지?
'머리를 비우자. 뭐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고 잠을 청했다.
째깍째깍 시계소리가 크게 들렸다. 밤 10시, 11시. 시간이 흐른다. 곧 잠이 오겠지. 밤 12시, 새벽 2시. 잠이 오질 않는다. 큰일이다. 이러다간 1시간도 못 자고 일하러 가는 거 아닌가? 8시간을 자고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임해도 될까 말까인데...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