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여 좋은 점.

눈이 오면 맘껏 좋아할 수 있다!

by 꿈꾸는 앨리스
아침에 일어나니, 어느샌가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와! 겨울 왕국이다!



나는 오랜 시간 항공사, 항공사와 관련된 기내식이라는 일을 했다.

항공업계에서 눈이 올 때 신나서 아이처럼 좋아하는 일은 마치 눈치 없는 1인으로 보이는 행동이다. 개개인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항공사 일반직으로 입사하여 현장과 본사 근무를 모두 했으므로 눈이 왔을 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면 도저히 눈이 온다고 입 밖으로 좋아하는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눈이 좋으면 좋다! 왜 말을 못 해
출처. unsplash.com

밤새 눈이 오면 공항에서는 항공기에 De-icing(화학물질을 뿌려 동체 위 쌓인 눈을 녹이는 과정) 도 해야지, 지연되면 직원들은 승객들에게 쫓아가 사과해야지, 그것이 길어진다면 기내식 파트에서는 탑승 게이트 앞까지 작은 머핀이나 음료라도 또 실어 날라야 한다. 하나의 항공편이 지연되면 다음다음 비행 편까지 지연되며 본사에서도 항공기 재배치 등의 혼비백산이 벌어진다. 또 승무원들은 어떻겠는가, Block time(항공기 문을 닫고 출발하는 시간부터 도착하여 문을 여는 시간까지)에만 비행 수당이 나오는 건 둘째 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만 속절없이 점점 늦어질 뿐이다. 승객들은 그것도 모르고 애꿎은 승무원에게 얼굴을 붉히는 사람도 있다.


나는 다행히 외국항공사에서 승무원 생활을 했기 망정이지 국내에서는 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눈에 관한 일화라면 프랑크푸르트의 폭설로 굉장히 오랜 시간 지연이 된 상황이 있었다. 현지 호텔에서 두 번의 지연 통보를 받고 공항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항공기 안에 머무른 끝에 겨우 두바이행 비행기가 뜬 적이 있었다. 승객들은 호텔도 아닌 공항 게이트 앞에서의 고된 기다림 후 탑승을 하면서도 이제라도 출발할 수 있다며 호했다. 화를 내기는커녕 승무원들이 더 힘들지 않냐며 도리어 격려를 받았던 따뜻했던 기억도 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은 어김없이 '아, 오늘 다들 고생하겠다.'가 떠올랐는데 오늘만은 문득, 생각이 달랐다. 이제는 홀연히 퇴사 한 몸이니 당당히 말할 수 있지 않느냐고.

눈 오는 날을 좋아해요!

펄펄 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운치를 느끼고 산을 하얗게 덮은 소복이 쌓인 눈을 바라보며 마음의 걸림 없이 감상해 볼 수 있었다.





(마음 한편으론,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고 있을 모두의 노고에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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