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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앨리스 Jan 22. 2021

생산적 버팀과 파괴적 버팀.

'고진감래'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오는가?

 

    14년 간 외국 소재 기업-> 한국기업->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며 느꼈던 퇴사 해야? 하는 시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본다. 왜냐! 인생의 전반전을 정리하며 돌이켜 보니 목적 없이 '깡'으로 버틴 시간은 옳은 버팀이 아닌 물질적, 정신적으로 결국 내 인생의 파괴였던 점이 너무너무 후회되어서다.

누구에게나 물러설 때, 재정비 후 도약해야하는 시점이 온다. 물론 이건 나와 같은 싱글 일 때의 경우다. 가족을 책임지거나 그 외 각자의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다.






회사를 정리해야 하는 시점 _경험자의 체크리스트 16.


- 아침에 일어날 때 'xx!!'이라고 외치며 일어난다.

- 출근할 때 어딘가 불안해서 계속 마음을 가라앉히는 행동을 한다.

- 운전을 했다면 내리기 싫어서 도착해서도 한참을 앉아있는다.

-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나도 모르게 역을 지나치거나 나도 모르게 생각이 딴 데 팔린 채 길을 걸어간다.

- 가끔 동료와 웃긴 하지만 '내가 여기 왜 있지' 혹은 '여길 벗어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 낯빛이 점점 시꺼메진다.

- 평소처럼 먹는데 살이 찌며 몸이 찌뿌둥하다.

- 평소보다 감기 혹은 질병에 자주 노출된다.

- 사람들로부터 괜찮냐는 말을 듣는다.

- 간혹 슬퍼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 가슴이 답답하다, 간혹 명치 쪽에 알 수 없는 고통을 느낀다.

- 사소한 것에 눈물이 터져 나온다.(인생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 타인의 무례나 실수에 평소보다 참기가 힘들다.

- 사적인 장소, 좋은 장소에서도 온전히 행복하지 못한다.

- 회사에 관심이 떨어지고 빨리 시간을 때우고 가야겠다 생각한다.

- 사람들이 좋은 회사 다닌다고 칭찬을 해도 정작 나는 속 빈 강정 같은 느낌이 든다.




용기를 내라. 도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직장생활을 하며 절절히 느꼈던 내 감정을 총망라한 것이다. 회사 생활 중 자존심에 직격탄을 맞고 극심한 고통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깡'으로 버텼었던 것 같다.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그 쓴 시간 후의 달디 단 목표가 난 없었는데 타인의 만류로 또 어느덧 도전이 두렵다는 이유로 둥지를 틀고 주저앉아 버렸던 것이다. 나와 친했던 한 과장님은 날 보며 '새장 안의 갇힌 새'라는 표현을 했다. 새는 하늘을 날아올라야 하고 배는 안전하게 항구에 정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파도가 몰아쳐도 항해를 해야 한다. 모험을 떠나야 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 보면 남자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으로 벽장 속에 들어가 본인이 바꾸고 싶은 과거로 돌아가는데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바꾸고 싶은 파트가 그때다. 시간이 흐른 후, 후회했던 이유가 뚜렷해졌다. 남들 눈을 의식 해 자존심이 상하거나 원하지 않는 일을 했던 것이 아니었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시간, 귀중한 시간 동안 내가 도전할 수 있었던 어떤 경험, 만날 수 있었던 사람과 그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 보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도 후회되었다. 설령 다른 선택에 후회했다 하더라도.


    버텼던 이유는 경제적 이유였지만 절대 결코 돈을 번 것이 아니었다. 정신적 괴로움으로 인해 소비는 더 늘었고 퇴사 후 나 자신을 가다듬느라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원하지 않는 내 모습으로 변해가며 나의 시야도 부정적으로 변해갔다. 내가 알던 활기차고 매사 자신감 넘쳤던 모습이 흐려져 갔다. '내'가 더 소모되기 전에 생산적인 버팀이 아니라면 그러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당신은 능력이 있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면 꼭 먹고사는 것 만이 문제가 아닌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아 보는 것을 만류한다. 책임감 없는 말로 들릴 순 있겠다. 하지만 무조건 버티라고 말하는 동료의 말은 책임감 있는 조언일까? 살면서 정말 최소한 1-2차례의 이직은 경험을 한다. 퇴직금을 가지고도 어느 정도는 먹고살 수 있다. 마음을 다쳤다면 내 마음을 다독이고 좋은 것들을 주는 시간, 그 시간을 통해 더욱 건강해져서 세상으로 다시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무언가가 간절히 해보고 싶다면 실패를 한다 할 지라도 질러보는 용기와 도전해 볼 수 있는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먹고살기만 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가끔 강의 시, 대학생들에게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 법칙을 자주 언급한다. 인간 본성의 욕구는 피라미드 5단계 그래프에서 가장 하단에 존재하는 것이 먹고사는 일인데 그와 반대로 내 마음에서 간절히 희망하는 어떤 것은 최상단의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물론 먹고사는 것이 안되면 모든 피라미드는 무너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1단계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좀 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다. 나 역시 '깡'으로 회사를 버티다 정리한 후 스페인 전역으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태국의 섬으로 나름의 즐거운 시간이라고 보내었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를 지우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희석되기까지 버텼던 시간의 2배, 3배의 시간이 필요했고 벌었던 돈의 1.5배 이상이 결국 지출되었다. 이 축난 것은 잠시 쉬고 또다시 뜀박질할 수 있지만 정신과 마음이 축난 것은 쉬이 돌아오지 않음을 깨달았다.

시간은 어떡할 것인가. 우리는 영화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 


    조심히 고백하건대, 하던 기업의 입사를 통해 내 인생의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갔지만 왜인지 행복하지 않았다.(물론 동료들과의 행복한 순간들은 감사한 일이다!)


    역경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역경을 딛고 내가 원하는 목표가 있고 사에 남아 있다면 잔류하는 것이 정확하다. 하지만 만약 1단계에 머물러 있는 생리적 욕구 외 해결되지 못하고 앞으로도 기대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혈기왕성? 한 젊음이 있다면 담담히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다른 길로 나아가라는 인생의 알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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