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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와소피 Apr 27. 2019

독립과 이주를 경험할 사람들에게

서울내기의 지방살이  

독립과 이주를 경험할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오힐데입니다. 저는 지금 대구에 3년 째 살고 있지만, 본래 대구 사람은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서울로 진입할 때, 저는 서울에서 대구로 이주했습니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 시민은 아니었어요. 서울에서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부천 시민이었지만, 20살 이후의 삶은 거의 서울에서 보냈죠. 서울-보다는 수도권민이랄까요? 그런데 조만간 다시 이주할 계획을 갖고 있어서 제 독립과 이주 경험을 정리해보려고 해요.


저의 경우엔 '도시'에만 살 수 있다면 내가 살던 곳을 떠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아요. 어떤 분들은 바쁘게 사는 것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지만, 원래 호흡과 걸음이 바쁘며 어릴 때부터 멀티태스킹적으로 살아온 저는 바쁜 사회에서 일종의 안정감을 느낍니다.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걷는 사람들을 보면 심장이 뛰고 생동감을 느끼기도 해요. 상대는 정작 그렇지 않겠지만요. 그리고 두리번 거리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기고,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지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가득한 도시는 제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거든요. 그래서 도시로만 간다면 '이주'는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물론 이는 이민이 아닌 이주의 문제입니다. 이민은 아주 다른 문제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도시 이미지죠!  @Photo by Ryoji Iwata on Unsplash


독립과 이주의 경험을 나누기 이전에 제 성향을 먼저 얘기하는 이유는, 어떤 분들에게 '이주'는 아주 신중한 문제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아래 두 가지 질문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체 사람들은 어디서 다른/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거야?"


이런 질문을 갖고 계신 분에게는 사실 이주를 크게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 질문은 밑바닥에 '나는 사람이 필요한 사람'이란 걸 얕게나마 깔고 있죠. 아무리 혼자 사는 인생이라지만, 인생이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나 스스로 나의 존재를 확립하기도 하지만, (보이든 보이지 않든) 곁에 있어 주는 이로 인해 내 존재를 확인받고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생각보다 심심함을 잘 견디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새로운 거주지에서 동네 친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Photo by Devin Avery on Unsplash


저는 살면서 위의 질문을 던져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항상 있었던 편입니다. 제가 노력한 부분도 있었지만, 제 성향이 그리고 사람에 대한 운이 잘 따라줬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살면서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았던 분들은 이주를 감행할 경우 내 인간관계가 이렇게 빈곤했었나. 이 도시에서 사람은 어떻게 새롭게 만나야 하는걸까. 이런 고민에 빠지게됩니다. 직장 때문에 이주했다고 하더라도 직장 사람들만 만나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집 앞에서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도, 조금 귀찮았지만 집에 들어오면 들리던 시끌벅적한 소리도 더는 없을 거에요. 버텨야만 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인간관계가 힘들어서 새로운 곳에 가고 싶더라도, 새로운-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면, 또 다른 스트레스와 부딪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너무 만족스럽지 않아. 다른 데 가서 살아볼까?"


본인이 살고있는 동네가 별로라고 생각하셔서 이주를 생각해보신 분이라면 먼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장점과 단점 / 맘에 쏙 드는 점과 무슨 일이 있어도 싫은 점 / 여기에 살면서 발견한 다양한 면을 평가해보시길 바랍니다. 이를 잘 생각해지보지 않고 이주하신다면 역시 거기도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렇게 큰 나라가 아니거든요. 어딜 가나 어느 정도는 사실 비슷합니다.


기온만 해도 그래요. 제가 대구에 가겠다고 할 때 다들 그런 질문을 하셨어요. "대구가 얼마나 더운데! 거기서 어떻게 살아?" 사실 두 번의 여름을 겪었지만(작년에 몇 십년만의 더위랬나, 몇 백년만의 더위랬나) 저는 서울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까지 덥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구의 1-2도 높은 기온보다는 서울의 도시열이 훨씬 뜨겁거든요. 수많은 차량, 에어컨 실외기, 아스팔트, 인구 수- 도시에서 내뿜는 지글지글한 열.(사족. 대구를 '더운 도시'로 브랜딩한 건 정말 실패작이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사람들이 이 도시를 찾아오게 만드는 브랜딩은 아니었거든요.) 


어딘가로 이주를 하더라도 오래 살다보면 결국 '다름'에서 오는 매력은 줄어들거에요. 아! 제주도. 다들 제주도는 다르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어요. 저에게는 제주시는 제가 원하는 규모의 도시가 아니라서 이미 탈락이지만. 사실 저는 제주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말을 하면 다들 부러워하시더라구요. 물론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살았지만, 외가가 제주이기 때문에 제주의 현실을 얼마나 들어왔는지 몰라요. 사실 제주라 하더라도 도심이 있고, 귤밭이 있는 산간이나 내륙이 있고, 어업을 하는 해안도 있고, 관광지에서는 서비스업을 하죠. 제주의 어디에 사느냐도 큰 문제에요. 관광지가 되면서 많이 달라졌지만 육지 사람에 대한 텃세가 전혀 없다하기도 어렵고, 경제활동도 어려운 편입니다. 대자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겠지만요! 제주도도 완벽하지는 않아요. 


외갓집 앞 올레. 양 옆으로 귤나무들이 자라고 있네요.


아무튼,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불만'만으로는 이주하시지 않길. 오히려 내가 사는 동네를 잘 알고, 발견하신 후에 이주를 하신다면 훨씬 만족감이 크실거에요. 그런 분이라면 어딜 가든 그곳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 도시의 매력도 발견하실 수 있을테니까요.



사실 한 통의 편지만 쓰려고 했는데 길어져버렸군요.


다음 내용은 나눠서 써야겠어요.� 다음 편지는 독립과 이주에 대한 저의 경험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오늘 저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네요.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오힐데 드림



글. 오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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