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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오 Nov 16. 2019

어느 술자리에서,

돈 많이 벌고 싶으면 편집자 말고 다른 일도 많지 않아요?

   #1

   자신이 원래 에세이에 관심이 많았다면 상관없는데, 요즘 에세이가 인기 많고 잘 팔린다고 해서 그런 책을 기획하는 건, 좀 더 생각해봐야하는 문제가 아닐까요. 에세이에 관심이 눈곱만큼도 없는 편집자가 오로지 돈을 위해 에세이를 기획한다? 그렇게 기획한 책이 반응이 좋을 리도 없고, 우연히 그 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스스로 떳떳할 수 있을까요. 돈 많이 벌고 싶으면 편집자 말고 다른 일도 많지 않아요?


   #2

   지금 베스트셀러인 책들 있잖아요? 마냥 부러워하지 말고, 한 번 가정을 해보세요. 그 원고가 회사 메일로 원고 투고가 왔다면? 그때 출판을 할 건지, 안 할 건지 생각해보면 의외로 명확한 답이 나올 수 있어요. 잘 팔릴 거라는 보장이 있어도, 자신이 관심도 없고 애정도 없는 책을 기획할 순 없어요. 베스트셀러만 바라보면서 책을 기획하는 것보단,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게 먼저가 아닐까요. 나는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혹시라도 베스트셀러가 되기 전에 원고를 봤다면, 내가 구매해서 읽고 싶은 책인지 말이죠.


   #3

   기획의 시작은 저 멀리 있는 유명한 책들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자기 주위를 먼저 바라보는 거예요.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 또래, 내 가족들은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 어떤 콘텐츠에 관심 가지는지 말이죠. 어떤 게 더 낫다, 어떤 게 더 가치 있다고 평가하긴 어려워요. 애초에 정답이 없는 문제니까요. 편집자는 그저 자신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을, 자기 주위 사람들이 관심가질 만 한 책을 만들 뿐이에요. 그게 보편성을 얻으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거고, 아니면 그뿐 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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