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사랑 Aug 09. 2021

누군가는 나를 부러워한다

후배와 달리며 들었던 생각

일요일 아침 2020 도쿄 올림픽 마라톤 경기를 보기 위해 TV를 틀었다. 우리나라 선수의 선전을 응원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제일 큰 관심사는 아마도 ‘킵초케’ 선수의 마라톤 2연패가 아니었을까 싶다. 세계 최고의 마라톤 선수인 킵초케는 나이키의 breaking 2으로 대단한 유명세를 치른 남자 마라톤 세계 최고 기록 보유자이다.

사실 마라톤 경기를 이번처럼 유심히 본 것도 황영조 선수가 우승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다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라톤 경기가 뭐 재미있을까 싶을 텐데… 달리기를 취미로 그리고 이제는 삶에 꼭 필요한 요소로 삼은 나 같은 사람에게 마라톤 경기는 그 어느 경기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어떻게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을까… 그들의 모습을 보며 경이롭기까지 했다.

킵초케는 모든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초반 레이스부터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20km까지는 30명 정도의 인원들이 1그룹에 함께 달리면서 페이스를 조절하며 뛰더니.. 마라톤은 30km 이후부터가 뛰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알 수 없는 힘듦이 시작되는데, 오히려 그때부터 속도를 더 내어 계속 거리를 벌리며 앞서기 시작하여 2위와 약 1분 정도의 간격으로 1등을 차지하게 된다.

마라톤을 즐겨하는 나로서는 킵초케는 정말 신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저렇게 뛸 수 있을까? 페이스를 일정하게 그리고 점점 더 빨리 뛰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늘 나를 쌤이라고 부르는 후배와 함께 저녁 달리기를 했다.(교회 중고등부에서 내가 그의 선생님이었던 적이 있어서 그는 늘 나를 쌤이라고 부른다) 덩치가 좀 있는 친구인데, 운동을 좋아하는데 체중이 많이 늘어서 다이어트 겸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고 싶어 했고, 가끔 시간이 맞을 때 함께 달리는 후배이다. 목표로 4km 정도 함께 뛰는데, 매일 달리는 나에 비해 그는 오랜만에 달려서인지 지난번 달릴 때보다 속도가 늦고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다, 4km 후에 대학교 운동장을 8바퀴 뛰는데 2바퀴는 천천히 같이 뛰고 6바퀴는 자신의 페이스로 뛰는데, 3바퀴째 내가 그를 앞지르며 달리게 되었고, 결국 6바퀴를 내가 도는 동안 그 후배는 4바퀴를 돌아서 후배의 남은 2바퀴를 함께 달려줬다.


그는 나의 달리는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떻게 매일 달리기를 하시죠? 어떻게 그 속도를 낼 수 있죠? 어떻게 저보다 10살 넘게 많으신데, 달리기 속도가 빠르시죠? 등등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내가 킵초케를 보며 경이롭게 생각하며 부러워하는 그 마음까지는 아니겠지만, 그 또한 나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달리는 중에는 그런 마음을 갖지 않을까?


하루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속에 나는 무엇을 했나 생각이 든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왜 더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도전해 보지 못했을까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런데 오늘 달리기를 하면서 보잘것없는 나의 달리기를 부러워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누군가는 나를 부러워한다’ 이 생각이 그런 누군가에게 좋은 모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금 나를 붙잡아 준다는 생각을 하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