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자로 제가 다니던 회사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기존 사무실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멀어지면 멀어졌다고 할 수 있고, 가깝다면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 거리인데.. 한강을 건너다보니 통근시간도 그렇고 4년 동안 구축해 놓은 러닝루트도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 한편으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게 다 핑계일 뿐,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보이고 만들어지기 마련. 이사하고 나흘 째 되는 날, 저는 러닝 복장으로 바꿔 입고 러닝루트로 만들 겸 달려서 퇴근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아침에 짐을 챙겼습니다.
회사 사무실에서 바라보면 한강이 건물 사이로 보이기 때문에 금방 러닝 루트를 만들고 제가 아는 길로 연결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달리고 약 1km가 되니 ‘염강 나들목’ 이 나왔습니다. 예전 서울 둘레길 157km를 뛸 때 건넜던 가양대교와 연결되는 곳으로 와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나들목 터널을 지나 한강을 보니 생각보다 무덥지 않았습니다. 저녁 6시가 넘어도 거의 30도 되던 요즘 날씨보다 2~3도 선선한 날씨 탓도 있겠지만, 한강을 끼고 달리는 기분은 늘 좋습니다.
새로운 러닝화 ‘아식스 젤 카야노 30’을 신고 가볍게 뛰기 시작합니다. 월드컵대교, 성산대교를 지나 양화대교 선유도 공원으로 연결되어 있는 길은 달리기 하기에 참 좋습니다. 이 여름이 지나면 피어날 코스모스 길도 지나, 샛강과 여의나루역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얼마 전 여의도를 돌던 기억으로 여의나루역 가는 방향을 잘 선택하니, 러닝의 좋은 점 중 하나인 ‘길 눈이 밝아진다’라고 생각하니 흐뭇해집니다.
서강대교를 지나 여의도 한강공원 수변무대에는 어두워졌음에도 많은 분들이 나와 있었고, 그분들을 지나 저는 마포대교까지 달리기를 했습니다. 내심 원효대교까지 갔다가 다시 마포대교로 와서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까 생각하다가, 너무 무리하지 말자 라는 생각으로 거기서 멈췄습니다.
편의점에서 얼음컵과 박카스, 사이다를 사서 일명 ‘얼박사’를 만들어 시원하게 마시니 ‘이 맛에 러닝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여의도 공원을 가니 러닝크루들이 뛰는 모습도 보이고, ‘요즘 사람들 참 러닝 많이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철 러닝의 문제는 러닝 후 옷을 빨리 갈아입어야 옆 사람에 피해를 안 주는 것인데, 퇴근러닝은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여의도 한강공원 화장실에 가서 상의를 탈의하고 옷을 챙겨서 물세탁을 하고 꾹 짜서 다시 입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탈 때도 최대한 사람이 없을 때 타고 맨 뒷자리에 앉아서 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날이 좀 선선해지면 새 옷을 하나 챙겨서 하이드레이션을 입고 옷을 갈아입는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생각했던 회사에서 여의도까지 달리기를 잘 마쳤습니다. 8km 정도를 뛰었는데, 다음에 뛸 때는 1~2km씩 늘려가며 뛰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