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눈의 나
모든 게 제자리를 찾길 기다리거 있어
오랫동안 그 애의 자리와 눈망울을 부러워했는데
그 애를 처음 본 순간 균형잡힌 두 눈을 부러워할 거란 걸 알았지
언제나 난 그 애가 부러웠어
그 애가 가진 너도 .
나의 부러움의 실체를 알게 된 날 밤 나는 추위에 떨었지 자면서 입김을 내뱉었어
뜨거운 입김을 내뱉으며 네 이름을 불렀지 사랑한다고 말이야
영원히 가질 수 없기에 뜨거웠던 그날 밤 나는 너를 놓아줬어
그리고 오늘 너는 나에게로 왔어
꺼지지 않는 전화. 나만 원한다면 이 전화는 영원히 꺼지지 않겠지 참 이상해
그토록 바랐던 네가, 빛나는 그 애옆에 있던 네가
초라한 내 옆에서 내 얘기를 듣고 있다는 게.
너는 왜 여깄니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지 않니
우습게도 나는
다시 그날밤을 추억해
춥디 추운, 내 자리에 꼭 맞는 그날밤
내 것이 아닌 널 붙잡고 어색한 콧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나릴 없이 편안한 외로움을 만끽하는 게 낫다고 여기다가도
너를 내 손으로는 절대 놓을 수 없음을 통감해
지극히도 다른 이를 사랑했던 너를 사랑했던 나
이제는 그 사랑의 고백이 나를 향해있는데 왜 이렇게 초라할까 나는, 항상 언제나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 시집 말이야 너의 기쁨이고 행복이던 그 시집 말이야
나는 그게 내내 언저리에 머물러
그녀를 사랑한 너를 나에게 떠올리게 해
너는 정말 그걸 모를까? 어째서 모를까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너를 알면서도
만지고 키스하고 안고 전율에 떨어
이러면 네가 가지 않을까 하고
너를 더 깊이 애무하면 네가 나를 떠나지 않을까 하고
한편으로는 네가 나를 영영 떠나
이 알 수 없는 불안으로부터의 해방을 바라기도 해
익숙한 외로움의 집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들은 나를 환영하겠지
그제서야 나는 네 시를 마음편히 읽을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