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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취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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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Jun 02. 2018

나는 공백기에 뭘했나

자꾸 물으시니 대답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오랜만에 쓰는 취업일기 같은 취업일기

사실 요즘....... 취업을 좀 놨다.

알바로 돈이 벌어지고 노처녀 시집 못가면 결혼 압박 안들어오듯

이제 주위에서 날 좀 놓고 잊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나에겐 주기가 있다.


우오오오 취업한다 나! 열정열정 자소자소 면접면접 하다가

떨어지거나 뭔가 쓸 기업이 없으면 시들해진다.


그리고 한동안 구직활동을 안한다.

문제는 이 한동안이 몇개월이 될때도 있다는 점인데...

취준생주제에 기복이 있어서 구직 활동을 이렇게 프리랜서마냥 한다는점


전에도 말했지만 난 취업시장에서 신입으로 받아들이기엔 꽤 나이가 많다.

그래서 받아야 하는 필수질문이

"공백기에 뭐했습니까?"

인데 그래 이나이를 먹도록 나는 뭘했을까....


친구들은 물론 친구 동생들까지 다 취업을 한 이 시점에서 나는 뭘까 조금 부끄럽다.


"뭐 이런저런 자격증 준비도 했구염 취업준비 (설렁설렁)했더니 1-2년이 지났습니다."

이런 식이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1-2년 들여서 자격증 준비하든말든 별로 기업에서 좋게 안보는거 같다.


(내가 느낀 베스트는 걍 무대뽀로 졸업전, 직후 바로 취업이 짱임

공백기 자체가 없는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있는 공백기를 어찌하나 생각해봤다.

놀았다.

근데 진짜 놀았나?


내 친구들은 나보고 넌 뭘 그렇게 많이 하냐 참 바쁘다 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딱히 잘논거 같진 않다.

그렇다고 구직활동을 엄청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돈없어서 해외 여행도 못갔다.


내가 제일 많이 한거

그건 바로 '직업에 대한 고민'이었다.

나는 공백기에 정말 많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했다.


난 내가 취업 참 못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물론 못한게 맞긴 한데) 엄연히 말하자면 난 취업을 열심히 안한거 같기도 하다.

하려고 맘 먹었는데 떨어진데도 있긴 한데

정말 찬밥 더운밥 안가리고 걍 냅다 취업이 목표! 이게 아니라 옆을 참 많이 두리번 거렸다.


그니까... 남들이 하니까.... 일단 여기로 가고는 있는데

저기 풍경도 보고 뒤도 좀 돌아보고 내가 맞나 멈춰서 생각도 해본다.


회사에 들어간 친구들을 보고, 이직을 보고, 퇴사를 보고

직장인의 삶을 보고 살짝 발 담궜다가 빼보고

나는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진지하게 취업에 대해 고민해봤다.


앞으로 살아야될 날이 대충 50년 쳐도 그중에서 몇십년을 일해야 하는데 

이렇게 다들 안행복한게 당연한데 나도 그러니까 그렇게 취업해야징~

이런 생각이 선뜻 들지 않았던게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급기야 취업에 대한 의구심까지 생각해버렸다.

"취업을 꼭 해야 할까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게 아니어도 되는데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도 될까요?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나는 연봉 많이 받는걸 애초에 포기했고, 원하는 구조는 단지 뫄뫄뫄정도인데 취준생이 감히 이런걸 요구하는게 그렇게 힘든가요?"


주변에서 나보고 배가 덜불렀다 그러니까 취업을 못했지. 라고 말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사회에서 말하는)정상적인 루트의 사람들 틈에서 난 확실히 루저고

내 생각은 좀 이상한거 같다고. 나도 그래서 그렇게 스스로 생각했다.

난 좀 이상한 애야. 왜 이런 비생산적인 고민을 하냐 돈이나 벌지


그리고 나는 최근에 취준생들을 만나서 생각외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사람들도 말했다.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은 있는데 왜 꼭 직업이어야 해?"

"왜 다수가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당연히 직업을 위해선 행복을 포기하고 일해야해?"

"왜 내가 원하는 근무환경에서 일하면 안되는거지?"

"사회가 회사에 들어가는걸 직업의 방법으로 규정삼고 일반적이라서 그렇지 그 외의 방법으로 돈버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왜 그 길을 모르는걸까? 왜 우리의 선택지는 입사일까?"


밖에서 말하면 정신 못차리고 뭔 개떡같은 소리냐고 꾹 눌러지는 이상한 의견인데

이런 얘기를 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왜 그런지 고민하고 토론을 한다.


나는 나처럼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고 신이났다.

그리고 어느순간 그사람들 속에 있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 모임에서 나는 일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회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입사를 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종착점에 입사를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이러한 과정의 방황을 했고, 

내가 나를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내 미래를 선택해서 들어간 회사라면 좋다.


단순히 남들이 다 선택하기에 졸업하면 당연히 회사 라는 루트가 아니라

내 나름의 방황을 하고 최선과 차선을 고민해서 내가 선택해서 입사했다면

그 직업 선택의 과정이 결코 헛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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