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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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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Jan 03. 2021

05. 코로나 시대에 맞는 인류


그건 아마 내가 아닐까...

내향적 성향의 자발적 집순이가 이렇게 삶에서 도움이 된 것은 처음이다.


밖순이 친구들은 매일같이 여행 못 간다고 힘들어하는 게 오히려 신기해 보일 정도로 나는 몹시 평온하다.

원래도 나가는 것,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는데(막상 나가면 또 활발한 척하고 재밌게 놀긴 함)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도 할 건 많고 시간도 매우 잘 간다.

억지로 누군가와 만나지 않아도 되고, 불필요한 모든 만남은 축소되고 그것에 대해 인간관계 운운하며 비난받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 내향적 집순이도 빛을 발하는 시대가 오리라 상상해봤지만 이런 식으로 실현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뻐해야 할지 한탄스러워해야 할지


집에서 게임기로 스포츠 게임을 하며 몸을 움직이고, 강아지와 놀고, 배워야 하는 공부를 정해진 만큼 하고, 계획을 세우고, 요리도 하고, 휴식도 하고, 핸드폰도 많이 하며 긴 하루를 살고 있다.

집에 있는 게 따분하다거나 시간이 안 간다는 생각을 잘 못해봤던 나에게 거리두기는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재택근무는 언제나 나에게 꿈이었는데 이 시국을 맞이하여 다양한 기업들이 시도해주니 재택 가능한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코로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서비스직이었고, 코로나로 인해 실직했다.


하지만 상황이 힘들다고 계속 실업 우울증에 걸려있을 수는 없으니 특기를 살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내고 게으름을 줄였다.

코로나로 인해 삶의 형태가 바뀌고, 문화도 달라지면서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외향적 인간만을 선호하던 사회에서 처음으로 집순이의 진가를 발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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