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제자리
오래된 거 같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취업 일기를 써놓고 잊고 살다 다시 복귀했다.(원한 건 아니지만)
내가 장기 취준생 생활을 하며 방황하다 마침내 취업을 한 분야는 관광업이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 떠오르던 관광업이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줄은
2020년도는 나에게 고통 그 자체였고 살기 위해 고통을 받아들이며 담담해지는 과정이었다.
내가 취업한 회사는 그리 큰 회사는 아니지만 나는 내 일이 무척 만족스러웠는데, 근무 특성도 좋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좋았고 업무도 즐거웠으며 무엇보다 대표님 마인드가 좋은 분이었다.
바빴지만 그동안 많이 놀고먹었으니 그 바쁨조차 감사한 하루하루였다.
코로나로 처음 휴직에 들어갈 때만 해도 5월 안에 종식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다들 방학처럼 안녕하며 헤어졌는데 결국 수요가 없는 관광업은 무너졌고, 직장동료가 퇴사하고 바로 위 상사가 나가고 휴직은 연장되고 기약 없는 복직에 퇴사하게 되었다.
왜 나에게만 이렇게 어려움이 찾아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사주에 아예 직업운이라는 게 없나?
주위 친구들 중 유일하게 직격으로 코로나 타격을 받은 업종은 나뿐이었고 일반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마스크가 불편하다 정도의 불만이었다.
처음엔 박탈감에 오랫동안 빠져있었고 무기력함이 바로 찾아왔다.
정말 긴 시간 아무것도 할 수없었고 우울해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고 무섭고 알 수 없는 열등감이 폭발해서 관계를 닫았다.
그리고 찾아온 건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내가 자취하는 사람이었다면 당장 굶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휴직 중이라 고용보험에 묶여있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주 40시간 이상이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내 발로 나와서 또다시 더 좁아진 취업시장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꽤나 아프고 두려운 일이었다.
지금은 친구들이 회사 욕을 해도 들어줄 수 있지만 작년 우울증이 심할 땐 마음의 여유가 없어 욕하면서 나갈 회사가 있는 친구들에게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고 내가 쉰다는 게 부끄러웠다.
내 잘못이 아니지만 결국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취업 일기를 쓰면서 내 이야기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