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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취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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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Apr 10. 2021

오래 취준하지 말기

20대 중후반 암흑기

내 인생에서 제일 긴 흑역사기이며 암울한 20대 중후반의 장기 취준 시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취준 일기를 브런치에 운영하기 시작했던 시기이며 계기었다.)

성공한 사람의 성공기는 당연히 유의미하지만

실패한 사람의 실패기를 읽고 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20대 중후반 장기 취준생이 되며 자존감도 떨어지고 나락에 떨어져서 제일 친한 친구들에게도 표현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완연한 취포생으로 20대 중후반을 보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어려운 시기는 지나고 지나고 나면 괜찮아진다.

삶이 무의미하고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해질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참고 계속 살다 보니 행복한 일은 계속 생겨서 내가 살아있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에 감사하다.


20대 초반 대졸자는 삐약삐약 신입으로 모두 기업에 패기롭게 지원할 수 있다.

이들은 학교에서 구직 연계도 적당히 해주고 취업 상담도 해주고 지원도 해주며 공모전, 인턴의 기회도 열려있고 실수를 해도 헤헷 20대 초반 사회초년생의 실수네 뾰잉하고 귀엽게 넘어갈 수 있는 시기이다.

(대학 새내기 생각하면 될 듯)


하지만 20대 중후반이 되면 슬슬 압박도 들어오고 뭔가 계기를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나만 빼고 다들 취업해서 행복하고 나만 한심하고 돈도 없고 사람은 점점 만나기 싫고...

뭐 이런류의 생각들에 잠식당했다.

이전 내 글들에 나름의 내 해결 방식이 있다.

(운동, 상담, 자아성찰 등등)

그리고 이 때라도 조금 정신 차린다면 사실 그리 늦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라떼보다 블라인드니 뭐니 학교 나이 사진을 아예 안 쓰는 기업도 더러 보이기 때문


이 시기에 권장하는 활동은 다음과 같은데


1. 변별력을 하나 갖추기

방황기에 나는 무엇인가 적절한 방황을 하되 마냥 나처럼 생각을 포기한 채 취포생 되지 말고 그 와중에라도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네 하는 걸 배우는 게 좋다.

강박적으로 토익 오픽 컴활 이런 거 따라는 게 아니라 운동을 위해 필라테스를 하다가 어 이거 하니까 좋네라면서 강사 자격증을 따도 좋다.

아는 지인은 이때 힘들어서 상담하다가 우연히 심리치료에 빠져서 본인이 아예 진로를 치료자로 바꿔 즐겁게 배우고 있다. 이런 식으로 차별점을 하나 만들어 두는 게 좋다.

나는 이 시기에 알바와 자격증을 병행했는데 스펙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내가 좋아서 한 이 두 개가 직업이 되리라 절대 생각지 못했다.


2. 꾸준한 대외활동

사실 알바하기도 애매한 게 직원보다 내가 나이가 많은 일도 있고 이 나이에 알바? 미심쩍어하기 때문에 시행하기 어렵다. (난 돈이 중해서 꾸준히 하긴 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사회활동에 대한 건데 간단한 예로 교육 자원봉사 같은걸 신청하면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는 나도 가르칠 수 있는데 그런 식으로 자꾸 나가서 뭔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게 좋다.

맨날 만나는 단짝, 남친, 가족 이런 거 말고 새로운 접점이 없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이롭다.

사회생활 능력도 안 쓰면 퇴화한다.

난 너무 오래 인간관계를 단절해서 일시적으로 공황장애 같은 게 오기도 했다.

공황이 올 때는 지하철을 타는 것도 두렵고 타고나면 식은땀 흘리며 숨 막혀서 눈 꼭 감고 간신히 목적지까지 가곤 했는데 지금은 사람 많기로 유명한 신도림에서 매일 멀쩡히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게 스스로 너무 신기하게 느껴진다.

한 번 깊은 수렁에 빠지고 나니 정말 힘들었으므로 부디 그전에 빛 받으러 나가길 바란다.


3. 자격증 콜렉터

이전에 취업 새내기일    내산 하지 말라 했는데  나이대엔 기업에서  나이까지 뭐했냐 갈굴 경우를 대비해서 내돈내산으로 취득해서 커버.

좋은 건 건너 건너 현직자에게 실무에서 뭐가 좋아요? 필요해요? 묻는 건데

요즘엔 현직자 인맥 없더라도 워낙 유튜브 직장인 브이로그 이런 거 잘되어 있어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자격증 콜렉터가 되면 된다.

취업은 안돼서 불안한데 이력서 면접만 계속 반복하면 허탈감 같은 게 밀려오는데 이때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하나씩 취득하면 꽤나 성취감도 생기고 자소서 항목도 늘어나서 유용하다 할 수 있다.

근데 이것도 적당히 해야 하는 게 자격증 콜렉터가 직업이 되면 망함(이거 중요!!)

자격증 따는 걸로 위안 삼고 취업준비는 안 하고 취포자 되면 계속 나락임.. 내가 해봤기 때문ㅋㅋㅋㅋ

취득할 자격증 개수만 정해놓고 다 따면 손 씻고 꾸준히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4. 나 취업할 거야!!!

이런 말이 있다. 남친이 생기고 싶다면 주위에 계속 나 남친 사귈거야!! 말하면 귀에서 피가 난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든 생각나서 소개팅을 주선해준다고...

나는 의지를 계속 보여주고 싶었는데 (나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내 자소서를 프린트해서 가방에 넣고 만나는 사람들한테 보여줬다.

자소서 뭐가 문제인 거 같냐 뭐가 더 들어가면 좋을 거 같냐 들들 볶고 몇 월까진 취업할 거야 취업하고 싶어 이런 식으로 몹시 괴롭혔다...(주변인들아 미안해)

나이가 있다 보니 내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직장인이 대부분이고 사회생활 경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인사팀이 아니더라도 자기 밑으로 신입이 있기에 사람 뽑을 때 회사에서 어떤 말을 하고 뭘 뽑고자 하는지 알고 있었다.

자기 분야가 아니어도 내가 갸륵 불쌍했는지 건너 건너 해당 직무 실무자에게 물어봐주기도 하고 아무튼 도움을 받았다.

여기저기 동네방네 말하고 다니면 고맙고 잘돼서 보답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어느 정도 생겨서 좋았다.



그렇지만 난 취업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고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었을 뿐이다.

내 최종 목표는 인생의 행복인데 거기에는 직업에서 오는 자아성취의 보람과 돈이 필요했기에 선택한 수단이다.

취업 못해도 안 죽는다.

다른 선택지 선택하면 된다.

모든 건 결국 살기 위해서라는 거


내가 이 회사가 정말 죽을 정도로 싫다면 죽지 말고 도망치는 게 맞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다.

취업이 너무 안돼서 죽고 싶다면 죽지 말고 다른 돈 버는 방법을 택해보자. 결국 살려고 돈 버는 거다.

내 주변엔 나만큼 장기취준생이 없어서 더 외로운 길이었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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