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초반 기록
입사하고 눈 깜짝할 새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어렵기도 하고, 늘 배워야 하고, 실수도 하지만 어쨌든 나 스스로 셀프 대견스럽고 뽀짝한 월급이지만 통장에 들어온 걸 보고 진짜 취업한 거구나 실감했다.
극극초반인지라 퇴근과 주말은 세상 반갑고 기쁘지만 아직 월요일을 생각하면 출근하기 싫지는 않고 매일매일이 너무 바빠서 시간도 굉장히 빨리 간다.
얼마 전 이직에 성공하여 입사한 지 1년이 안된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도 취준 생활에 우울증이 있었고,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백수 기간도 길었던 친구였는데 다행히 현 회사에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나와 그 친구 모두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이직한 거라 매일매일이 새롭고 모르는 일이고 배우면서 하고 있지만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있다.
바쁘지만 생각 없이 매일매일 다니는 직장이 좋다.
퇴근만 기다리고 일이 정말 없는 직장은 시간이 너무 안 가서 고통스러웠고 너무 힘들어서 경력 채울라고 1년만 2년만 버티자 정해놓고 다니는 것도 괴로웠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해보니 너무 바빠서 퇴근 시간이고 앗 하는 사이 한 달 가고 그러다 일 년 채우고 그런 직장이 진짜 좋다고.
그리고 둘 다 현 직장에 만족하지만 그간 여러 일을 겪어보니 여기가 내 평생직장이다 단언할 수 없고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 너무 큰 기대 없이 매일매일에 충실할 뿐이면 된 거라고.
입사 후 초반 2주 동안 나는 동네 소꿉친구랑 같이 출근을 했다.
약속시간을 정해 놓은 건 아니고 연락도 안 한 지 꽤 오래됐었는데 정말 우연히 마을버스(동네가 좁다.) 시간에 맞춰 타다 보니 계속 만나 져서 같이 얘기하며 출근했고 칼퇴를 하는 날엔 아침에 보고 또 저녁에도 만나서 퇴근하기도 했다.
서로 직장 스몰 토크하며 가다 보니 기합 넘치고 경직되어 있던 입사 초반에 긴장 풀리고 즐겁게 출근할 수 있었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인 우리가 다 커서 이렇게 출근길을 함께한다는 사실이 웃기고 어른된 거 같고, 즐겁고, 신기했다.
내가 다니는 곳 이야기를 하자면 교통은 불편한데 자연이 근처에 있어서 건물도 예쁘고 꽃도 많고 강을 보며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밥 먹고 팀 전체가 산책 삼아 가볍게 산을 오를 수 있다.
같이 일하는 팀 사람들은 매우 좋다.
나는 저 사람 때문에 회사 가기 싫어만 아니면 다닐만한 회사라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 텃세도 각오했는데 팀원들은 다들 좋은 편이고 일을 떠넘기기는커녕 내 일을 가져가서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게 느껴져서 고맙다.
일이 괴롭힐지언정 이곳에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다.
일은 많아서 피곤해서 평일엔 집에 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밥 먹고 씻고 바로 잠들어버린다.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감사하게 다니고 있다.
아마 위기와 시련이 찾아오겠지만 초반의 이 느낌을 적어놓고 나중에 기억하고 싶어서 써보는 한 달 차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