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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직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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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May 22. 2021

퇴사하자 근속하자

갈등하는 존재

나는 입사한 지 얼마 안됐지만 여긴 퇴사자가 참 많다.

퇴사자가 많다는 건 사실 좋은 징조가 아니다.

왜냐 다니다 보면 내가 그 이유를 알게 됨ㅋㅋㅋㅋ

(사실은 벌써 약간 이유를 알 거 같긴 한데)


그래서 전부 신규 직원인 회사는 이른 탈출이 답인데

현 직장은 반대로 근속연수가 높은 사람도 있다.

반반이니까 일단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나도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다니고 있다.


나도 꽤 잦은 퇴사를 했던 입장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참는 걸 잘 못하기도 했다.

어릴수록 다른 데 갈 수 있는 기회도 많은 게 사실이라 좋은 직장은 어릴 때 방황하며 찾는 거에 찬성이지만 나의 경우엔 딱히 비전이 있어서라기 보다 책임감도 인내심도 낮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일반 사람보다 높진 않고 철이 없다.)


나와 동갑이지만 직장을 진득하게 다닌 친구들을 보면 그들이라고 좋은 직장이라서 다 괜찮아서 참은 게 아니라 ‘그냥’ 버티고 참은 거였다.

지금도 내 기준 부당하다 불합리한 게 있으면 반은 참고 반은 찡찡거리고 불만이 엄청 있는데 오래 다닌 친구들은 ‘원래 회사는 그래’ ‘돈 받는 게 쉽지 않지’라는 마음으로 참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현재 대리급까지 오르고 나보다 높은 연봉으로 회사를 다닌다.


나는 휴일에 출근시키고 대체 연차도 안 주고 돈도 안 주면 하기 싫어 관두자 이런 마음이었는데

친구는 휴일에 출근시키고 연차 안 주는데 결국 이 회사는 다니고 돈은 벌어야 하니까 짜증 나지만 거기서 끝 이런 식이었다.

뭔가 더럽고 치사해서 관둔다 이런 느낌의 찡찡거림이 나보다 월등히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회사랑 참 안 맞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싫은걸 잘 못 참는 성격이라서....

지금도 회사에서 표정관리를 잘 못한다.


예전 대학교 수업시간에 ‘싫은 일을 참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저는 싫은 일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해 교수님을 당황시킨 비범한 또라이가 나다.

진짜 지금 생각하면 스무 살의 나 미쳤냐 따지고 싶지만 삼십 대의 난 많이 풍파를 겪어서 바뀐 것뿐

나의 본질은 싫은 건 극도로 싫은 인간이다.

“야 누군 참고 싶어서 참겠냐”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라 그만큼 스스로 손해를 보고 살았다.


원래 회사란  그래라고 참았다면 사회생활 적응도  녹아들  었겠지만 그만큼 기존 체계에서 발전하거나 변하지 않고 결국  기성세대가 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 친구처럼 힘듦을 참고 인내한 결과 돈벌고 착실히 커리어를 쌓고 안정적으로 생활하 일찍이 가정을 꾸려  산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고 둘 다 얻긴 힘든 인생

다 장단점이 있다.


나이 들어서 이젠 신입으로 어디 가기도 힘들고 하도 이도 저도 겪다 보니 이젠 나도 좀 참아야지... 싶다.


산은 산이요 회사란 원래 그런 것이며 어쩌겠냐 일은 그냥 일이다.

이런 마음이 직장생활을 오래 하는 방법 같은데 그러기엔 난 너무 복잡 예민 호불호 강한 성격이라 본성은 어디 안 가서 수시로 내적 갈등하고 있다.


아직 겪어보는 미생 진행 중이라

퇴사가 답입니다. 라거나

근속이 답입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내 관뚜껑 닫기 전엔 사람 일 어찌 풀릴지 알 수 없을 거 같다.


퇴사자가 부럽지만 마냥 부럽지는 않은 이유는

내가 오랜 백수 생활을 해봤기에 경제적 위기감과 자존감에 힘들어서 (금수저 말고) 영원한 백수는 없다.

결국 언젠간 먹고사는 행위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그닥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찰나의 기쁨과 자유를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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