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배틀에서 이기면 뭐가 좋다고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풍토가 있다.
누군가 한 명이 "나는 이러이러한게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야 나는 이러이런 더 심한 것도 있어" 그렇게 서로의 불행이 더 크고 대단하다고 불행 배틀이 시작된다. 그 싸움에서 이겨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엄청나게 혹사당하며 노동을 착취당하는(?) 직장인이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으면
자기도 힘들지만 왠지 얘에 비해선 난 아무것도 아닌거 같아서 말하기가 뭐하다는 얘기도 한다.
나는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영역에서 상대평가를 받고 있다.
쟤에 비해 연봉이 적다. 쟤에 비해 취업이 늦는다. 쟤에 비해 나는 하잘것 없다.
심지어 불행조차 상대평가 받아야 한다니 너무나도 각박하다.
물론 매일매일 불평만 하는 사람의 징징거림을 받아줄만한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힘들다고 말하는데 자기 불행에 비하면 넌 꿀이라고 말해줄 필요는 없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 맞춰서 살다보니 '나'에 대해 '내 마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의 불행이 거기에서 오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해보면 정작 자기가 왜 그런지 모른다.
(내 성격이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서)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종종 진단을 원하기도 한다.
갑자기 무기력하다. 어딘가 좀 답답하다. 몸이 안좋아졌다.
그래서 원인을 찾아달라고 한다.
난 기본 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엄살쟁이라, 자기 불행이 제일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내가 아파 죽을 거 같아도 타인은 나의 고통을 알아주고 대신 아파줄 수 없다.
아무리 보잘 것 없다 할지라도 내 인생에서만큼 나는 대체 할 수 없는 내 삶의 주인공이니까 다른 사람의 고통이 아무리 크다고 해서 내 아픔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완벽하게 이해를 바랄 수도 없다.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보며 '그래 쟤보단 내가 낫지'라며 거기에서 위안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최악일 것이고
'남에 비해 내건 아무것도 아닌데 불평할 처지가 아니네'라고 생각하는건 자기 마음에 좀 더 관심을 줘야한다.
나는 위로에 서툰 사람이라서 어떤 위로가 베스트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남의 아픔을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여기거나, 거기에서 위안받거나, 더 큰 내 불행으로 덮으려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압도 되어서 나를 보잘것 없게 여기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어쩌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딱히 위로한 적이 없는데도(심지어 듣고 싶다고 한 적이 없음에도) 나에게 꾸준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나는 그냥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고 있으면 가만히 잘 들어주기만한다.
어쩌면 타인의 아픔을, 불행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게 가장 좋은 위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