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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취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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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Nov 08. 2017

취준생에게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전 글에도 쓴 적이 있지만 나는 취업을 해도 취준하는 사람들을 결코 남일보듯이 생각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겪은 힘든 시간이 있으니까 누구보다 섬세하게 대해주고 공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지인이 그 무렵  알바인생 얘기하며 자긴 취직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그런식으로 나의 처지가 누군가에게 위안을 준다는걸 알았을 때 굉장히 충격을 받아서

내가 지금 누구보다 상황이 나아보인다고 자위하는 인간은 절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상황은 언제나 바뀔 수 있으므로...


내가 취준을 아주 오랫동안 할 때에 친구들은 모두 취직을 했기 때문에 나에 대한 공감을 해주지 못했다.

그보다는 관심이 없었다. 조언이랍시고 하는 말들은 나에게는 너무나 폭력적이어서 듣고 싶지 않았고

심할 때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싫었다.(눈을 낮춰라, 계약직이라도 넣어라, 나가서 돈이라도 벌어봐라)


그렇지만 원래 사람은 자기의 아픔이 아니면 남의 아픔을 자기 아픔만큼 느끼는게 불가능하다.

내  취준이 너무 심하게 길었던 탓이 있기에 마지막에 나는 체념하고 거의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통해 득도한 상태였다.

누구를 통해서 위로받기보다는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에 집중하는게 훨씬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나보다 취업을 했다가 경력을 쌓지 못하고 퇴사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 역시 회사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했고 못 참고 나와버렸다.

내가 취준일 때 그 친구의 취업을 지켜봤고 기뻐하는 것을 봤고 업무에 대해 열정 넘치고 신나서 하는 얘기도 들었다.


현재 나는 직장에 (간신히)다니고 있고 친구는 취준생이다.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친구에게 나는 힘내 잘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친구는 예전의 나와 같은 고민을 했다.

나이가 많아서 알바도 구하기 힘들고 서류나 면접도 힘들고

정신적으로 힘이든다고 했다.


친구랑 나는 오랫동안 긴 대화를 했다.

(친구가 원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내가 한 말만 요약하자면...)


나도 긴 취준을 했어...

그렇다고 내가 너보다 길게 취준했으니 너보다 더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야.

결국 될 데는 되더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나도 엄청 좋은데를 가서 내가 이렇게 성공했어!라고 잘난척 말할 수는 없지만 

너무너무 길게 취업준비를 해서 나는 영원히 취직을 못할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도 안끝나는건 없더라. 


취직준비를 하면서 나는 정말 깜깜한 물속에 있는거 같았어.

언제쯤 이 시간이 끝나는지,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하나도 안보이더라.


너만 뒤쳐지는거 같겠지.


근데 결국 인생이 다 일관성있게 출발하고 끝나는건 아니라서

누구는 늦게 시작하고 누구는 일찍 시작하고,

누구는 일찍 끝나고, 누구는 늦게 끝나고

그건 사람마다 다르더라. 조급해하지마


지금이 전부가 아니니까 니가 지금 초라해도 그게 니모습의 다가 아니야.

계속 이어지는건 없어 다들 좋았다 나빴다 해.


그 때는 누굴 만나는 것도 부담스럽고 싫더라.

그래도 나중에 누군가 부르고 싶거나 사람이 필요해지면 나를 불러줘.


 

나는 그냥 이렇게 말했다.

그 시기에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기에


나는 아직도 내가 잠재적 취준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또 취업시장에 던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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