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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취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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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Feb 18. 2018

직업 선택의 의미

나를 아는 나

긴 취업준비와 잠깐의 회사생활과 돌아온 취직 준비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면 

돈은 어떻게든 벌 수 있다.

그 형태가 어떠냐에 따라 다를 뿐이다.


나는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전에 면접 보라고 오라고 해서 면접 보면서 합격을 했고, 사실 1개월 정도 알바를 하고 있었다.

한 번 직장에 들어간 후에 다시 용돈을 받는 건 정말 힘든 데다 부모님도 주실 생각이 없고  나도 마땅히 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아주 잔잔한 용돈벌이 수준으로 벌고 있다.


내 친구는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선생님으로 돈을 벌고 있다.

수업당 얼마 버는 거고, 정규직이 아니라 불안 불안해하고 있지만

단언컨대 돈 안주는 중소기업 최저보다는 많이 벌고 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내가 직업이 갖고 싶은 이유는 사실 '돈 벌려고'였다.

그런데 이젠 조금 지원동기가 흐려졌다.

명확하게 '돈이 벌고 싶어서요'에서 음... 다른 걸로도 돈을 벌 수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직업을 왜 가지고 싶은 걸까 생각해보면

아직도 하고 싶은걸 직업으로 찾는 거에 부족함이 있나 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같이 일하는 나이 많은 직원이 나보고 오지랖을 좀 떨어줬다.

솔직히 내 입장에선 "오 우리 엄마 아빠도 안 하는 그런 참견은 ㄴㄴ해요" 였지만 대게 나이 든 사람들 특유의 인생 선배 말은 다 옳아 마인드가 느껴져서 잠자코 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그 사람이 한 말은 당연히 내 성향과 특기를 모두 무시한 말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왜 그 직업을 선택했냐고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매우 식상해서 조금 실망했다.

사람들이 남에게 훈계하는 경우는 대부분 듣는 사람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자기중심적이어서, 내가 가고자 했으나 가지 못한 길을 말하거나, 내가 그랬으니 너도 그러렴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로 말한 거였다.


나는 고정 직업이 없다 보니 잔잔한 거 같으면서도 나름 꽤 다양한 인생을 살았다.

그때마다 만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자주 묻곤 한다.

"그 직업을 왜 선택하셨어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다양한 류의 대답이 있다.

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사적인걸 묻는 거보다는 훨씬 덜 무례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도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당연히 벌어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이딴 걸 여유롭게 묻고 있으니까 너는 아직도 취직도 못한 거 아니냐고.

그들 눈에는 나는 치열한 사람이 아니라서 못마땅한 걸 지도 모른다.

나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훈계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물어볼 때가 많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별로 흥미로운 대답을 듣지 못했다.


다만 소수의 몇 명만이 자기는 이 분야가 특기에 맞는 거 같다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고,

내 기준에서 그 사람들은 (연봉이나 직책에 상관없이) 성공한 사람으로 보였고 부러웠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느 쪽에 맞고, 재능이 있는 거 같은지는 안다.

이걸 직업으로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그걸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튼 나는 내가 직업이 없을 뿐이지 강점이나 특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조금 건방지고 어린 걸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기의 강점도 모르면서 남들에게 가르치려 드는 사람보다는 내가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 적은 없으면서도 (아직도 나는 스스로 한참 어리고 어른이 아니라고 느낀다)

사회적으로 나이 많다고 자꾸 여자 나이 몇이면 뭐가 안되고 뭐가 안되고 하다 보니, 

'아 나 나이가 많구나' 학습되어버렸다.

말로는 백세시대라고 하면서 절반도 안산 나에게 취직도 느리다.

이대로면 넌 결혼시장에서도 도태될 나이라고 경각심을 주는 거 같다.

하고 싶은걸 찾기에는 사회가 정해준 커트라인이 너무 바짝 붙어서 여유롭지는 못한데 

사춘기 청소년처럼 하고 싶은 거 한다고 파닥거리는 나를 보는 주위 사람들 속이 타겠지만

나조차도 가끔 내가 불안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더 이상 한심하지 않다.

적어도 나는 나를 안다는 사실이 조금은 나에게 자부심을 준다.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별로 좋은 조언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자기소개서에 쓰는 나 말고 진짜 나를 찾는 시간도 인생에서 꼭 필요하고, 

내가 나를 잘 안다는건 내 멘탈과 자존감에도 꽤나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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