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나는 나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고치려고 하지 않는 것조차 문제점임을 알고 있다.
그중에서 단연 으뜸은 나는 내 탓하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다.
반대로 남 탓만 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을 지치게 하지만
내 탓만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나는 제멋대로인 거 같지만 사실은 남의눈을 많이 신경 쓰는 사람이다.
나는 늘 겸손하고자 했고 그러면서 나를 깎아내렸다.
나는 남을 늘 배려하고자 했고 그러면서 나 스스로를 원망하며 넘어갔다.
가령 거지 같은 회사를 만나 거지 같은 일을 당해 누가 봐도 "회사 이상해 그만둬"라는 소리를 들었어도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 그런 회사를 가게 되었다.
내가 조금 더 버텼으면 내 상황은 좋아질 수도 있었다.
내심 이런 식의 답답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신기한 건 나는 남의 일에서는 더없이 냉철한 판결을 내리면서 내 문제에선 끊임없이 나에게서만 답을 찾았다.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인간관계에서 엄청나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이 하자가 있는 인간이다. 거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고
나에게 뭔가의 문제점, 티끌 하나라도 찾아내서 나 자신을 탓하곤 했다.
내가 더 노력했으면 좋아질 수 있는 관계였다고 생각하고 만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자존감이 엄청나게 낮아진다.
내 탓이 정말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내 탓만 하다 보면 본질이 흐려진다.
나만 참고 참아서 그 현상을 유지한다 해도 언젠간 터졌을 일이다.
백 프로 과거형은 아니지만, 조금 좋아졌다.
내 감정을 남들에게 토로하기도 하고 나한테 조금 더 솔직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방심하면 한 번씩 내 탓하는 버릇이 튀어나오곤 한다.
아마도 나는 내가 제일 만만하기 때문에 내 탓을 했으리라
취업 준비를 하면서, 회사의 인간관계를 겪으면서
혹은 인생의 또 다른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내가 제일 만만해서 내 탓하는 인간이었다.
너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흘러가게 내버려두라고
조금 더 나이 든 내가, 지난날의 나에게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