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도대체가 이해가 안 돼. 개는 왜 다들 끌고 나오는 건지.
똥도 오줌도 아무 데나 싸고… 사방이 개똥 천지야!"
"바깥에 데리고 나왔으면 주인이 관리를 잘해야지.
목줄도 안 하고 위험하게… 개, 정말 싫어!"
밖에 나갔다 오실 때면 늘 이렇게 불평을 쏟아내셨다.
친정아버님은 정해진 시간마다 파워워킹으로 산책을 하셨다.
무심코 따라나섰다가 중간에 놓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목줄을 하지 않은 작은 개가 달려들어 다리를 물린 적도 있었다.
그 후 온 동네 개들에 대한 미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운명처럼 겨울이가 우리 집에 오기 전까지는.
자타 공인 외모지상주의 아버님께서 신신당부하신 대로
겨울이처럼 예쁜 말티즈 여자아이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까다로운 조건에 맞는 녀석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타는 속도 모르고 아버님은 아이처럼 재촉하셨다.
마침내 동물병원에 다니는 조카의 도움으로
비슷한 녀석을 발견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 촉촉한 까만 코까지
조막만 한 얼굴에 까만 콩알 세 개가 콕콕콕 박혀 있었다.
콩알이는 아버님 댁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아버님의, 아버님에 의한, 아버님을 위한 반려견.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었다.
엄마 돌아가시고 20여 년 동안
독야청청 소나무처럼 홀로 지내오신 아버님이었다.
한창 코로나가 심각하던 시기,
희귀병으로 입원했다가 폐렴 합병증까지 겪으셨다.
겨우 고비를 넘겼지만 치매 판정을 받으셨다.
앞으로는 콩알이와 함께
아버님의 단조롭던 일상도 조금은 달라지길 바랐다.
수시로 드나들며 배변훈련과 목욕, 청소는 내 몫이었지만
나머지는 일부러 아버님이 직접 하실 수 있도록 두었다.
조용히 싱글라이프를 즐기시던 우리 아버님,
임자 제대로 만났다.
콩알이 사료와 물, 간식 챙기시랴
패드 치우고 놀아주시랴
유유자적 혼자만의 시간은 사라졌다.
그 대신, 아버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콩알아, 밥 먹자. 아이고, 요 녀석 코 박고 금세 다 먹었네.
이젠 없어! 그릇까지 다 핥아먹으려고 하네. 허허허!"
잔소리쟁이 할아버지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던 남매둥이도 변했다.
꼬물꼬물 콩알이 보러 할아버지 댁을 들락날락거리며
시시콜콜 콩알이 이야기로
가족 간의 대화가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시절인연이라고 하였던가.
우리와 반려견의 인연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
그리고 호랑이가 모셔야 할 견공이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