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하나, 개가 셋... 그리고 콩알이

- 우리는 그렇게 다시 가까워졌다

by 서니온

"우리 콩알이가 패드 위에 예쁘게 응가했어요~~"


"오구오구~~그랬쪄요. 우리 콩알이 똑순이네!

이모가 상으로 맛있는 간식 줄게요~~"


삑삑삑...

서툰 손으로 우리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앞집 주민, 아버님이 싱글벙글

콩알이를 아기처럼 안고 나타나셨다.


딸내미가 보내준 유튜브 영상을 보며

일주일 넘게 배변훈련을 시킨 결과였다.


신통방통 콩알이가 드디어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대견해서 어쩔 줄 모르는 아버님의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저기요, 개 정말 싫다고 질색팔색하시던 분... 어디 가셨나요?




콩알이가 우리 집 막둥이가 된 지도 어느덧 2주가 지났다.


토실토실 엉덩이 실룩거리며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녀석을,

행여 밟을까 싶어 조심조심 온 가족이 아주 호들갑이다.


작은 생명 하나가 들어왔을 뿐인데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틀어졌던 아버님과의 관계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전처럼 가까워졌다.


날카롭던 말들은 사라지고

온통 콩알이 이야기로 채워졌다.


늘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아들내미는

'콩알이'라는 이름이 촌스럽다며

한동안 '겨울이'라고 불렀다.


안 예쁘다는 둥, 냄새가 난다는 둥

툭툭 내뱉는 말과는 정반대로

두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


그냥 좋으면 좋다고 말하면 될 것을...


언행불일치는 외할아버지를 꼭 닮았다.


츤데레 아들과는 달리

딸아이는 애정표현이 탕후루처럼 살살 녹아내렸다.


틈만 나면 할아버지 댁으로 쪼르르 건너가

콩알이를 안고, 뽀뽀하고, 쓰다듬으며

사진과 영상에 담느라 바빴다.


친구들에게 콩알이를 보여줬더니

부럽다며 우리더러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단다.


호랑이 시봉꾼인 나는

할 일이 더 많아졌다.


동네 동물병원을 찾아 예방접종도 하고

콩알이 용품과 사료, 간식도 주문하고

씻기고, 빨고, 패드 갈고, 청소하고...


뭐든지 물고 뜯고 날뛰는 녀석 때문에

공부도 해야 했다.


아이들 키울 때와 마찬가지로

강아지 훈육도 만만치 않았다.


험난했던 육아의 터널 겨우 빠져나와

해님, 달님 본 지 얼마 안 됐는데

또다시 육견(育犬)의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단 말인가.


'자신의 개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개를 키울 자격이 없다'라는

강아지 대통령, 강형욱 님의 단호한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초장부터 기강을 바로잡으리라.


그러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동고동락한 반려견과 이별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강아지 평균 수명이 얼마나 되지?"


"보통은 10년 정도인데, 요즘은 15년 넘게도 산대요."


"그래... 그때까지 내가 살 수 있으려나..."


콩알이를 품에 안은 아버님의 주름진 얼굴 위로,

쓸쓸한 미소가 아른거렸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