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세상은 어젯밤
흘린 두꺼운 침묵을 받아 적느라 바쁘건만
내 안의 당신만은 이렇게 나직나직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밤의 안쪽을 따라
어쩌면 당신에게 전하지 못한 나의 말들이 얼어붙어 포슬포슬하게 내리는 것일까요.
손을 내밀어 한 움큼 받아보지만
온기 없는 그리움은 닿자마자 눈물이 되어 손가락 사이로 흐릅니다.
발등을 덮는 것은 가슴에 쌓인 무게가 아니라
아픈 기억을 지우는 백색의 농도인 까닭에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우리 사이로 흘렀던 시간은 뽀득, 마음 부딪히는 소리를 냅니다.
지워진 길 끝에서 멍하니 서 있는 것은
당신이 올까 봐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당신에게 가는 길을 차마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자꾸만 무언가를 내려보내
나의 어깨 위로
당신의 이름을 무겁게 쌓아놓습니다.
모든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낸 저 순한 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