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권을 잡건 망령을 떨건 아무 상관없는 청산의 삶
당신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건가?
재벌 총수만큼 돈이 많기를 바라는가. 대통령만큼 지위와 권력이 탐난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유명 연예인처럼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겠는가. 사람에 따라 꿈은 다르다. 하지만 도시에 살고 있다면 한 가지만은 똑같다. 답답하고 짜증 나는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는 꿈이다.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시골 생활의 풍경은 어떠할까. 산나물이나 약초 등으로 식탁을 차리고, 텃밭에서 기른 고추를 따서 백복령으로 담근 고추장에 찍어 먹고, 백출로 담근 식혜를 한 사발씩 들이킨다. 점심에는 칡을 캐어 국수를 만들고 송화가루로 과자를 만들어서는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준다. 가끔씩 얼기설기 울타리를 쳐 놓은 뜰에 놓아기른 토종돼지와 토종닭을 잡아 특식을 하고, 훈련시킨 진돗개가 잡아오는 산토끼로 별식을 요리해 먹는다. 더우면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시조 한 가락을 읊어 본다. 저녁이면 통나무를 잘라 군불을 지핀 뜨끈뜨끈한 방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다. 새벽에 종알대는 새소리에 잠을 깨고 깊은 밤에는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촛불 밑에서 책을 읽으며 명상에 잠긴다. 파란 하늘에 한가롭게 떠가는 구름과 밤하늘의 별들과 더불어 지내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희열로 떨린다.
이렇게 살다 보면 누가 대권을 잡건 망령을 떨건 상관이 없다. 돈이 필요 없으니 몇 푼 안 되는 봉급을 받으려고 아등바등 댈 일이 없다. 변덕스럽고 잔소리 많은 상사한테 아부할 필요도 없다. 주는 것 없이 밉고 짜증 나는 사람들 틈에서 점잖은 미소를 억지로 지을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오염된 공기, 중금속탕 식수, 방부제 음식물, 짜증스럽기만 한 세상살이, 파렴치한 인간들에게 “영원히 안녕이다! 나는 떠나간다”라고 외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과연 산속의 자연생활이 그렇게 생각처럼 좋은 것일까. 예산에 힘든 일은 꾀를 부려 피하고, 잠자는 것과 먹기만을 좋아하는 머슴이 있었다. 머슴 때문에 고민을 하던 주인은 머슴한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일을 안 시키고 하루 종일 잠만 자고 포식하게 해 주겠는데, 만일 자지 않거나 먹지 않는다면 매를 때리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좋아서 입이 벌어졌던 이 머슴은 불과 보름이 못 가서 매를 맞더라도 일을 시켜 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자연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이곳을 찾아온 그들은 처음에는 한 달을 살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사나흘이 지나면 대부분 기가 죽어서 내려온다. 파란 하늘도 지겹고, 총총히 빛나는 별도 못난 여자 얼굴의 주근깨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다. 산새들의 울음소리도,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도 자동차 소음보다 더 시끄럽게 들리고, 명상을 잠기면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장터와 밉살맞던 상사가 보고 싶어진다. 물론 산나물도 먹기 싫다.
바로 이것이 도시 문명에서 성장한 인간의 참모습이다.
-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 김영길 -
사람들은 자유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정작 자유가 주어지면 그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평생 남이 시키는 일을 하며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만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와도 주도적 삶을 살아본 적이 없기에 이내 타인에게 종속된 삶으로 돌아가 버린다. 도시든 시골이든 수동적인 삶을 멈추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야 행복해진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자꾸만 연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