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으니 몇 해 전 엄마가 팔목 인대를 수술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가 생각난다. 병원은 아무래도 연세가 드신 분들이 많다. 현재 내가 쓰고 있는 병실에는 40대 ~ 50대가 함께 있다. 이곳에선 내가 비교적 젊은 편이다. 그런데 옆 병실엔 아주 고령의 환자분들만 계신다. 병실별로 일부러 연배를 맞춘 것이라기보다 질환별 구분인 것 같다. 병실의 분위기도 극명하게 차이 난다. 우리 병실은(사진의 우측) 4인실이지만 모두 독립적인 공간을 원해서 온종일 침대를 커튼으로 꽁꽁 가려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옆 병실(사진의 좌측)은 침대가 종일 오픈되어 있었다. 환자들이 종일 누워만 계신 것으로 볼 때, 환자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환자의 보호자나 간호사들이 환자 상태를 살피기 용이하도록 한 조치인 것 같다.
엄마가 입원했을 때, 바로 옆 침상에 전혀 환자 같지 않은 젊은 여자분이 있길래 "저분은 어디가 아파서 입원한 거래?"라고 물었더니 엄마가 내게 귓속말로 "교통사고라는데 순 나일롱 환자야, 하나도 안 아프면서 합의금 뜯어 낼 목적으로 저러고 누워있잖아. 완전 밉상이야" 라고 했던게 생각났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많이 안 다쳤나? 무슨 일 이래니? 큰일 날 뻔했다. 얼마나 놀랬노?" 엄마는 딸의 사고 소식에 매우 놀라 부산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엄마, 나 괜찮아. 몸 상태가 어떻냐면... 엄마 예전에 인대 수술로 입원했을 때 교통사고로 들어온 그 옆 침대의 밉상 여자 있제? 그 여자랑 똑같다. 남들 보기엔 순 나일롱, 근데 만신이 괴로워. 가만 생각해보니 그 여자 많이 아팠겠다."
입원한 첫날부터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멀쩡해 보이는데 어디가 아프세요?" 라는 질문을 참 많이 들었다. 나일롱 환자로 살아봐야 나일롱 환자의 마음을 안다. 나는 전치 4주 진단을 받고 나일롱 환자로 2주를 입원 치료 후 일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여전히 목과 허리 어깨와 발목이 아프고, 혼자 자판을 두드리다가도 갑자기 심장이 몇배속으로 두근거리고, 하루에도 몇번씩 뒷골이 당기고, 조그만 몸짓에도 어구구구 신음 소리를 자아내는, 그러나 외관상은 넘나 멀쩡한 나일롱 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