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물 갈아주려 엘리 집을 열어봤는데, 무언가가 있었다! 흐끗흐끗한 무언가가 바닥재랑 섞여있길래 손으로 살며시 들어봤다. 그 괴물체(?)의 정체는 엘리를 쏙 빼닮은 분신이었다. 분신이라고 하기보단 옷 껍데기를 한벌 벗어재낀 것처럼 눈알, 코, 비늘 등의 세부묘사가 엄청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동생이 어릴 때 집에 들어오면 옷을 훌렁 도마뱀 허물 벗기를 시전 하듯 말이야. 엘리의 모습이 보존된 허물을 보고 있으니.. 엘리야, 이걸 뒤집어쓰느라 얼마나 갑갑했을까..! 생각이 든다. 사람이라면 진짜 때 밀듯 엘리도 후련하지 않을까 싶다.
엄청난 디테일이다..!
훌렁 벗고 난 엘리가 목마를까 봐 물을 채워주고 충분히 따뜻하게 해 주었다. 뱀은 허물 벗고 나면 살이 연약해져서 며칠은 숨어서 지내며 단단히 굳힌다. 그래서 탈피 직후 2-3일 동안은 핸들링을 안 해주는 게 제일 좋다고 한다. 슬슬 몸집이 작은 엘리를 위해 코코넛보다 작은 엘리 맞춤 은신처를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기~
엘리 분신은 그냥 두기엔 찝찝하니 치워서 휴지통에 넣어준다. 보다 통통해지고 성장하길 바라며 하루를 그렇게 마쳤다. 엘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