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의 속도를 지능 하고 관련짓지 마라. 엄연히 별개다.
by
명형인
Jul 27. 2019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한국 속담 중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는 속담이 있더라.
근데 뜻을 들여다보면 어째 긍정적인 속담은 아닌 것 같다. 뭔가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은 어정쩡한 느낌.
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는 게 어때서 그래.
굼벵이도 재주가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안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게 문제다.
속담에 나오는 굼벵이가
나
라고 하고 싶다. 난 굼벵이 뺨칠 정도로
느린 사람
이기 때문이다.
느리다는 게 정확히 어떤 표현일까. 느린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생각이 느리다고 하고 싶다.
느린 건 몸이 느린 게 아니다. 만약 몸이 진작에 느렸다면 뜨거운 물이 발등에 떨어져도 피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음식을 먹을 때도 과하게 쓰거나 떫으면 무조건 뱉어버린다. 어쩔 땐 토할 때도 있다.
이처럼 외부의 위험요소들에 대한 본능적 방어가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우리의 몸이다.
따라서
우리의 몸은
험한 세상을 살기 위한 생존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느리지 않다.
혹시 주토피아와 진진돌이 만화 시리즈에 나오는 나무늘보라면 모를까. 그들은 신체적으로도 매우 느리니 말이야.
그렇기에 난 나 자신을 "느리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몸은 생각한 것보다 매우 빠르고 민첩하다.
행동이 굼뜬 이유는 뇌하고 연관이 깊은 것 같다. 생각이 느리기 때문에 몸도 따라 느리게 움직이는 거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뇌, 뇌하면 꼭 지능 하고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건 절대 아니다.
본인도 본인 뇌를 알 수 없고 지능의 척도를 눈금자 재듯 잴 수 없는데 누가 다른 사람의 뇌와 지능을 어찌 알겠나.
내 경험상으로 봐서도
뇌, 생각, 지능은 셋 다 별개다.
나는 생각이 느려서 멀티태스킹이나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일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 하던 일을 멈추고 내려놓아야 다른 일을 할
정도로.
반면으로는 표현이 섬세하고 글을 잘 쓴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또 조용히 지켜보다가 갑자기 한방을 먹이기도 하는 내가
암묵적인 존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을 천천히 하고 스스로 기다릴 줄 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빠르게 훑어가면 보이지 않고 알지도 못하는 것들은 분명히 있다. 난 그것들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다.
여러분은 알고 있는가, 식물들은 자기 주인한테 애정 표현을 하고 곤충들도 은혜를 입으면 고마워할 줄 안다.
사람들도 각각 목적에 따라 특유의 느낌이 묻어난다. 확신하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짐작은 할 수 있을 정도다.
제일 자랑스러운 것은 한글
이 전혀 없는 영문 자판기를 한 영 상관없이 자유재재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려워하는데
내 손은
자판에 눈을 두지 않아도
타자 치려면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알고 있다.
눈보다 손이 먼저 알고 손보다 뇌가 먼저 알기 때문이다.
조급함 없이 천천히 자판기의 글자를 하나하나씩 보아서 그런 거 같다. (시간을 단축하는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처음에는 타자가 아주 아주 느렸지만 위치를 정확하게 마스터 한 덕에 지금은 타수가 빠른 편이다.
맥북용 한글 키보드 스킨을 벗긴 지 오래다.
그렇기에 지금 이 글을 쓰고 글을 통해서 말한다
.
보통 재주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난 말하고 싶다. 여러분도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말이야.
굼벵이라고 나쁜 게 아니고
생각이 느리다고 실패한 게 아니다.
굼벵이가 탈피를 해서 힘이 센 장수풍뎅이가 되듯
우리의 약점을
남들한텐 없는 강점으로
만들 수 있다.
그 과정은 여러분께 맡기리라.
굼벵이도 재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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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기 그렇게 어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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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Multi-)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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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건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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