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다. 고급 빌라나 호화 주택에 고가의 세간을 남긴 채, 이른바 금은보화에 둘러싸인 채 뒤늦게 발견된 고독사는 본 적이 없다.....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어깨들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고지서는 불운을 불러오는 부적’ (저자가 청소한 고독사 집의 공통점은 각종 체납고지서, 단전 단수 경고장이 쌓여 있는 것이다.)... 가난한 자에게도 넉넉하다 못해 넘쳐나는 것은 우편물뿐이다.... 그런 고지서와 독촉장에서 가족은 연락을 끊어도 채권자는 끊임없이 안부를 묻는다. 빚 있는 자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은 혈육보다 오히려 채권자 아닐까?..... 돌려받을 돈이 있는 자는 그 누구보다 빚진 자가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아 있길 바랄 것이다. 빚을 모조리 회수하는 그날까지.’
죽은 자의 직업과 자살을 감행한 도구가 때때로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했다. 낯선 것을 찾기보다는 자기에게 익숙한 것, 일상에서 가까운 것을 자살 도구로 선택한 것이다. 컴퓨터의 랜선(케이블)을 뽑아 목을 매단 자살자는 IT 엔지니어, 팔에 독극물을 주사해 죽은 남자는 중고교 과학실과 기업연구실에 납품하는 화학약품 판매자, 농부는 농약으로.....
'구더기야말로 죽음에서 생명을 얻는, 가장 역설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유독 자살 전에 전화가 많이 온다. 죽기 전에 견적을 묻는다. 많이 오는 전화 중의 하나가 자살하기 전의 사람.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4년째 1위이다.
-5~10월 사이가 유독 고독사가 많다. 가스, 수도 공급 중단 우편물, 압류 딱지. 캐피탈 관련한 딱지들이 우편물에 더 이상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하게 꼽혀 있다.
-고독사는 고령자보다는 50대 남성이 제일 많다. 그 뒤가 40대... 서울시 복지재단에서 조사한 고독사 통계와 일치한다. 일본은 7, 80대 남성 고독사가 많은데 한국은 4,50대 남성이 많고 2,30대도 많다. 고독사는 연령과 무관하게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이다.
-2019년 1인 가구의 비중은 29.9%로 6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무연고 사망자는 5년간 77.4%로 증가해서 2,477명이라고 한다.
-고독사, 자살 현장에 가서 일하는 꿈을 많이 꾼다. 밤에 구더기를 위생 봉투에 많이 담는 꿈을 꾼다. 무엇을 봐도 죽음과의 연관성을 찾고 있다. 공시 철이 오면 공무원 시험 치고 자살자가 늘어난다. 자신이 꾼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고 본인을 너무 차갑게 몰아세우지 말고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죽은 자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 처음엔 마스크를 끼지 않는다. 온전히 맡아야 온전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우울증 약 같은... 그 사람의 생전의 흔적, 그 사람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을 때 정서적 충격을 많이 받는다. 젊은 여성들이 자살을 많이 한다. 자기감정을 다루는 데 많이 지친 분들이 많지 않았을까.--홀로 죽었을 때 그 이후를 쉽게 상상할 수 있게 된 게 확실히 달라졌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죽음의 형상들, 죽음이 남긴 자리를 상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죽음의 관념이 달라지진 않았다. 손과 발로 하는 일이 스트레스가 훨씬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