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체는 깨끗하다.
런던의 경찰들은 템즈 강에서 건져 올린 자살자의 시체를 보면, 사랑의 실패 때문에 투신한 사람들과 부채 때문에 투신한 사람들을 어김없이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랑 때문에 죽은 사람은 다리의 교각에 매달려 살려고 발버둥을 치느라 손가락들이 거의 하나같이 찢겨 있는 반면, 빚 따위에 시달려 죽은 사람들은 몸부림을 치거나 뒤늦은 후회 같은 것 없이 시멘트 덩어리가 가라앉듯 물속으로 가라앉는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거지 아이가 <하느님을 위해서 한 푼 줍쇼>라는 말을 듣고도 아무것도 안 주고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괴롭습니다. 저는 <하느님이 주실 게다>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어요…… 세상에는 여러 가지의 <하느님을 위해서>가 존재하거든요…… 부자들은 거지들이 자신의 박복한 팔자를 큰 소리로 호소하는 것을 싫어해서 <정말 시끄러워 죽겠네. 끈질긴 인간들 같으니라니!>라며 불평합니다. 가난은 언제나 끈질긴 겁니다. 그런데 저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배가 고파서 내는 신음 소리 때문에 잠이라도 설친다는 겁니까, 뭡니까!”
“.... 그들 말대로라면 가난한 사람에게는 성스러운 것도 있어서는 안 되고 자존심이니 뭐니 하는 것도 절대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에멜라를 무슨 자선 단체엔가 등록시켰는데 거기서 나오는 돈 한 푼 한 푼에 대해서 에멜라가 어떻게 쓰는지 공식적인 검열 같은 것을 하더래요. 그들은 자기가 돈을 거저 주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을 구경한 대가를 치른 것뿐이예요. 요즘은 선행이라는 것도 이상한 방식으로 행해지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