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fear, dare to be ambitious.
그래서 항상 가는 익숙한 식당에서, 매번 먹던 메뉴를 선택하는 게 편하다. 버스도 매일 앉던 자리로, 만남을 이어오는 친구들도 주로 대부분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다. 평소 다니는 길도 잘 바꾸지 않는다.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온전히 편하지만은 않은 것이, 나를 둘러싼 온 세상의 포장지가 통째로 바뀌어 버리는 것 같아서 이다.
뭔가에 한번 빠지면 꽤나 오래 좋아하는 것도,
연애를 11년이나 하는 것도 어쩌면 내가 새롭게 시도하는 걸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나 주변 공기를 샅샅이 파악하는(되는)
나로서는 <변화=모든 것이 낯섦>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에너지를 요하기 때문이다.
잘 다니던 회사, 파트장 때려치우고, 갑자기요?
전사 연봉동결돼서 나가더니 어디 갈 데가 없는 거 아니야?
직장 다니기 싫다더니 결국 다른 거 찾는 건가?
왜 굳이 힘든 길로 가려고 하는 거예요? 결혼은요?
이런저런 질문들을 받는다. 또 누군가는 차오르는 의문을 애써 깊숙이 누르고는 응원의 말을 건넨다.
새로운 도전을 마음먹기 전,
나는 회사원의 잔상으로 자연스레 엑셀을 켜고선,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따르듯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총 28개의 질문을 3시간에 걸쳐 혼자 묻고 답했다.
진짜 원하는 게 다시 인생 리턴하는 것이냐고,
이미 10년 전에 재수씩이나 해서 들어간 대학을 이제 와서 또 다시 들어가고 싶은 것이냐고. 더 싫은 무엇인가로부터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생활비와 결혼자금은 어떻게 할 것인지, 내 나이 33살에 다시 22살의 인생을 시작해도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소녀여, 야망을 가져라'
포스트잇에 오밀조밀 좌우명을 적어두던 17살의 소녀는 33살이 되어, 새로운 도전을 할 때 30가지의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회인이 되었다.
그 많은 생각들을 더하고 덜어내고 이리저리 재보다
남은 단 한 가지의 생각.
‘뭐가 내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안 하면 후회할 거 같아.’
그런 결론에 닿자마자 나는 편입 학원에 상담 예약을 잡았고, 다음 날 남자친구와 긴 논의를 했고, 그다음 날 편입 학원에 등록했고, 또 그 그다음 날부터 편입학원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박명수의 어록이 맴돌았다.
늦었다고 할 때가 진짜 늦었다. 그러니 하루빨리 시작해라.
이 길이 내 길인지 돌아 돌아가는 길인지 지름길인지 앞이 막혀있는지는 알 수 없다.
언젠가 먼 훗날
‘나는 이 길에 서있으려고 했던 거구나!’ 하고 깨닫는 날이 분명 올 테지만, 어찌 됐든 그게 지금 현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별 수가 있나. 일단 해봐야지.
내 인생에 가정법 과거(If had p.p~, I would have p.p.) 같은 건 남겨두지 않기 위해 도전을 시작한다.
* 덧
가정법 과거완료 :
If절 했었더라면, ~ have p.p 했을텐데
현재와는 다른 과거를 가정하며 말하는 용법으로 주로 과거의 후회가 담겨있어 현재의 아쉬움을 자주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