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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혠나날 Mar 25. 2024

30대의 편입공부는 재미있다.

You are never too old to learn something



2018년에 토익성적을 받은 뒤로 처음하는 영어 공부지만, 나는 지금 편입 공부가 재미있다.


편입을 준비하는 과정은 인문계열과 자연 계열로 나뉘는데, 인문계열은 영어 시험을 자연 계열은 영어+수학 시험을 치르게 된다.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특수교육과는 인문계열이기 때문에 나는 오로지 영어 시험만을 준비한다.

다만 이 편입 영어 시험이라는 것이 수만 명의 학생들을 몇 천 개가 되지 않는 자리를 위한 거름망이 되는 지라, 한국에서 치러지는 영어 시험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은 실제 영어 사용과 동떨어진 영어 문법을 배우기도 하고, greedy(탐욕스러운)이라는 고등단어로 끝날 것을 voracious, covetous, avaricious, avid 같은 생소한 영어 단어까지도 외우게 되는 것이다.

다의어는 또 얼마나 많은지 곤경, 궁지라는 뜻으로

quagmire, quandary, predicament, plight, jam,

bind, pinch 등 10가지도 넘는 생소한 단어들이 매일매일 내 머릿속에 잠깐 들어왔다 금세 빠져나가곤 한다.







편입 공부를 시작한 지 2개월째,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매일 4시간의 수업을 듣고 7시간의 자습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

어른들이 "공부가 제일 쉬워"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사실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해본다.


이런 말을 20대 초반에 들었다면 역시나 팔자 좋은 꼰대 같은 소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재수를 할 때를 돌이켜 본다면, 필시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나는 집 앞에 사는 친구와 함께 매일 독서실을 오가며 나름 즐겁게 재수생활을 했지만 그래도 그 수험기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편입 공부가 재미있는 이유 첫 번째는

지금 노력하는 이유가 있고, 목표와 목적이 명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7년 정도 다니다 그만두고 편입을 준비하다 보니 체감하게 된 것인데,

그래서 내가 원하는 길을 위해 큰 돈을 써가며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래서 부모님과 남자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10대 때 하지 못했던 공부하는 습관과 성취를 이제야 다시 배우고 있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의 나는 강남 8학군에서 학교를 다니며 내신시험에서 4문제를 틀려도 3등급을 받았었다.

또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나는 분명 ADHD였던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그때의 나는 정확히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향도 잘 몰랐다.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해도 나는 뭔가 항상 붕 떠선 공부라는 겉만 살짝살짝 담가봤던 것 같다.

어찌 됐든 그렇게 항상 공부 못하는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그로부터 비롯된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를 떠나 재수를 할 때서야 인서울에 들어갈 만큼의 수능 점수를 받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항상 붕 떠있던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조금 더 차분해졌고, 시간은 나에게 참을성과 인내 같은 것도 조금은 가르쳐주었다.

체계적으로 배우고 노력하고, 조금 더 참고 공부해 성적을 받고 그런 과정에서 자존감을 쌓아가는 10대의 경험을 30대에서야 하고 있다.


결국 30대에 진로를 바꾸게 된 건 나의 경험의 물줄기가 합쳐져 이곳으로 날 이끌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공부를 좋아하는 내가 되었을지 10대의 나는 알았을까? 역시 삶의 가능성은 상상보다 더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좀 더 재미있을지도.

노력한다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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