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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혠나날 Apr 01. 2024

도전의 대가는 불안한 미래

I wonder whether I am on the right path.



대학 원서를 쓴다.

담당자에게 내가 들어갈 대학 이름을 말해야 하는데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답답했던 담당자는 그대로 원서를 넣어버렸고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원서가 제출되어 버렸다.

큰일 났다.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목구멍이 막혔는지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끙끙거리는 꿈을 꾸다 잠에서 깬다.

'아침이다. 밥 먹고 학원 가야지.'

대학에 입학한 지 12년이나 지난 내가 이제와 이런 꿈을 꾼다는 것이 신기하다. 고3 때도 이런 꿈은 꾸지 않았는데.  







호기롭게 30대에 편입을 선언했지만 불안하지 않은 건아니다.

나는 지금 이 선택에 후회가 없고, 편입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놀라울만치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가끔은 내가 걷기로 한 이 길이 너무 깜깜한 밤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학과는 서울에 딱 3개의 대학뿐이다.뽑는 총인원도 최대 7명이 넘지 않는다.

모집인원은 자퇴생 기준으로 변동되기 때문에 정해진 것이 없고, 그것조차 11월이나 되어야 알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그냥 해보는 거다. 가능성이나 운명 같은 것을 믿으며.


혹시라도 이번에 인원이 더 줄면 어쩌지?

내가 준비하려는 학교가 아예 인원을 선발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1년 동안 노력한 게 하루 만에 결정 나는 데 혹시라도 실수하면 어떡하지?

나는 딱 3번의 총알만 가지고 있고 그마저도 다 쏠 기회가 있을지조차 모르는데.

결혼이랑 임신계획은 얼마나 미뤄지는 거지, 모아둔 돈 축내가면서 3년 동안 이러는 게 맞나.

막상 대학에 다시 들어가서 특수교육학과를 전공해 보니 그것도 내 길이 아니면 어떡하지?

선생님의 자리는 위태롭고, 아이들의 수는 줄어가는데 이 길로 가도 괜찮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덜컥 숨이 막힌다.

가끔 미래가 너무 깜깜해서 무섭다.



그런 걱정이 스멀스멀 퍼지면 스스로에게 되뇐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미래는 생각하지 말자.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까지만 일단 하자고.

오늘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자. 후회하지 않도록.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고민이 많아지고,

시간이 길어지고, 근심이 늘어난다.

그런 나의 패턴을 알기에 일단 생각이 꼬리를 물 때쯤 그냥 미련 없이 싹둑 잘라버린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하면서.


그렇게 단념시키다 보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현재에 온전히 집중할 것'

이 오래되고 당연한 진리는 어렵지만 동시에 강력하다.


이 글을 끄적이는 3월 31일의 나는 과연 올 한 해 동안 편입 공부를 잘 끝마칠 수 있을지,  

대학 모집 인원이 어떻게 될지,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지, 내년 이맘때쯤 띠동갑 차이나는 학우들과 대학을 다니고 있을는지 알 수 없다.





5년 일기를 매일 쓰고 있다.

이 일기장은 한 페이지가 총 다섯 칸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칸마다 해당하는 년도의 일기를 적는다.

5년이 지나면 동일한 날짜의 한 페이지에 각각 다른 5년의 시간이 담긴다.


나는 이 일기를 2021년부터 시작해 지금은 4번째 칸을 쓰고 있는 중이다.

지난 3년간의 기록은 거의 비슷한 바이오 리듬을 지닌다. 그도 그럴 것이 직장인에게 1시간은 길고, 하루는 짧고, 1년은 더 짧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상이 하루를 메꾸고 1년을 채우니까.


가장 다른 일상이 진행되는 건 당연 올해, 2024년.

다시 수험생이 된 나.

내년 5번째 칸에는 더 새로운 일상이 펼쳐질까?

이 일기장을 쓸 때마다 바로 아래 비어있는 내년의 이 날을 궁금해했다.

'결혼을 하게 될까? 아이가 생길까?' 하고 생각은 해봤어도 편입생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5번째 칸을 채울 미래는 어떨지.

그 길이 어디든 오늘 걸어가는 걸음걸음이 모여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로 향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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