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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와 생각 Apr 06. 2022

대답 잘하는 아이가 될 수 있을까?

'네'대신 누가 왜 불러??


우리 아이들이 갖는 성향은 매우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사회나 학교가 요구하는 것에는 일정한 틀이 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것을 잘 외워야 하고, 매일 내주는 숙제도 꼬박꼬박 해야 하고, 정리 정돈 잘하고, 어른 말씀에 항상 '네' 해야 한다.

 박경순, <엄마 교과서>






3월 7일은 아버님의 아버지이자 남편의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제삿날이었다. 나의 엄마 아빠는 제사를 삶에서 진행하지 않으셨고 나는 그래서 제사의 그 모든 준비와 절차가 익숙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형님은 늘 제사를 준비하는 당사자가 되셨고 나는 며느리로 늘 보탬이 많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들을 오토메틱으로 해대다가 시가로 향했다. 아버님은 기르는 닭들에게 사료를 주시고 계셨고 어머니와 형님은 집안에서 전을 부치고 계셨다. 전도 부치고 점심도 맛있게 먹고 믹스커피도  마셨다. 어머니는 코시국이라 제사도 마음 편하게 하지 못하고 늘 제사를 함께 하셨던 친지 가족들이 안부전화조차 없다고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신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형님은 5살이 된 한별이의 어린이집 생활도 물으시며 어려운 점은 없냐고 궁금해하신다.

   

"한별이가 요즘 말을 잘 안 들어요."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선생님도 알림장에 몇 번 써놓으셨는데 부르거나 할 때 대답을 바로 안 한대요."

한별이는 누가 불렀을 때 바로 네를 듣기가 참 어려웠다. 우리 아이만 그런 건지 다른 아이들도 자기중심적으로 생활하다 보면 네라고 대답하는 것을 자주 놓치고 서너 번 엄마 아빠가 애타게 부른 뒤에야 대답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엄마 아빠도 인식했고 어린이집 선생님의 알림장 글도 있었고 형님도 한 번씩 얘기하시는 것을 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심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형님은 그 전에도 그 점을 알고 계셨고 볼 때마다 귀여워해 주시면서 애들은 대답 씩씩하게 잘해야지 이쁘다고 한별이한테 알려주신다.

 "한별아~한별아~네~ 해야지?"

한별이는 그제야 장난스럽게 웃어가면서 네 한다. 형님은 이제 한별이가 조금씩 예의와 바른 행동을 알도록 알려주라고 하신다.



 한별이는 엄마 아빠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엄마 아빠와의 관계 형성이 전체적으로 수평적으로 맺어졌기 때문에 자주 입버릇처럼 엄마와 아빠를 친구라고 칭했다. 음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를 친구 취급하는 아들이 귀엽기도 하고  어른에게 존대를 하고 예의를 갖추도록 하는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알려주는 것이 아직은 이 아이가 익히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렸었다. 형님이 알려주신 꿀팁과 아이가 어려서부터 존대어를 배우고 습관화하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니기에 분명히 참고를 하고 있지만 이 아이가 지금까지 보인 장점 중 하나는 처음 보는 어른에게도 서슴없이 다가가 말을 걸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친화력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예상한 대로 한별이는 어중간하게 삐집고 들어온 예절교육이 잘 먹히지 않는 아이였다.

   "한별아, 안녕하세요? 해야지."

 "한별아 '저 집에 멋진 자동차가 있어요.'라고 해야지."

"한별아 할아버지한테 짜증 내면 안 되고 '제가 좋아하는 거 할아버지도 이름 알아요?'라고 말하면 좋겠다."

엄마는 한별이 옆에 붙어서 꼬맹이가 보자마자 착 달라붙어서 반말로 말을 걸고 제멋대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정정해 보려 했지만 그것은 시도일 뿐이고 정정해 보려는 마음은 어른의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엄마가 아이에게 예절을 제대로 안 가르친 미안함을 웃음으로 자주 마무리하고 애가 연령이 아직 어리다는 점을 이해의 중간 합의점으로 삼았다.


한별은 엄마가 타고난 성향까지 살펴본 결과 어른들의 틀에 맞춘 기준에서는 합격보다는

불합격에 가까운 아이다. 왜냐하면 처음 본 어른에게도 잘 다가가 지편한대로 반말로 말을 걸고 하는 요즘 친구들이 얘기하는 그 '나대는 아이'였다. 긍정적인 시선으로는 관계 형성에 매우 적극적이고 친화력이 있는 아이이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는 조금 엉뚱하고 예의에 맞지 않는 아이이다.

 

그럼 우리 아이의 현재 발달상황에 맞춘 엄마의 역할은 무엇일까? 아이가 아직은 익히지 못한 우리나라 어른 공경의 문화를 알게 하고 현재 가진 성향에 양육자의 강한  정정 교육을 보태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엄마는 생각해 보았다. 우리 아이가 현재 가장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이며 효과적인 전달방법은 무엇일까?... 아이가 현재 갖고 있는 성향에 크게 반대하지 않으면서 좀 더 신경을 써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의 시선을 보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로 설명하려면 말도 못 하게 어려울 것 같고 그저 생활 속에서 조금씩 실천하자면 그렇게 어렵고 큰 도전의 과제는 아닌 것 같다. 오늘도 엄마는 우리 아이가 집 밖 사회생활을  무난하고 별 탈 없이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가 가진 성향을 존중하지만 부드러운 조언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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