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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와 생각 Dec 13. 2022

행복하거나 지옥의 마음이거나

Happy or unhappy with your kid

아이를 키우는 일은 천국과 지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새로운 도시로 지난 8월 한여름 최고에 육박하는 기온에 이사를 온 우리 가족은 어린이집 또한 새로 이사 온 곳에서 약간 떨어져 개인차로 등하원을 시켜주어야 하는 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따로 없었습니다. 마침 알맞은 시기에 원장님으로부터 입학 관련 연락이 왔고 어린이집 환경 또한 마음에 들어서였습니다. 매일매일 등하원 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거리라는 것을 인식했지만 한 번 마음에 들어버리면 마음을 바꾸지 못하는 저 자신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8월부터 난생처음 경험하는 낯설고 분주한 도시의 교통환경을 참아가며 8차선 도로의 혼잡함을 오전 오후 2회에 걸쳐서 스트레스가 아니라고 애써 주문을 외우며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되는 접촉사고 현장과 깜빡이 신호를 여유 있게 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차를 들이밀고 신호를 주는 일쯤은 애교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훨씬 강도가 높은 스트레스의 제공자가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였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넉넉잡고 한 열 번에서 스무 번 말하면 어떤 아이든 말을 들을 거라고 큰 착각을 하고 살았었습니다. 그러나 꽤 보편적 생각일 것이라고 자부했던 이 생각은 산산조각이 되어버린지 꽤 오래입니다. 아이를 카시트에 안전하게 태우고 안전벨트를 메어 주어도 아이는 자꾸만 가는 도중에 안전벨트는 풀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대형 마트에 방문을 하려고 주차장에 차를 정차했다가 다시 쇼핑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차를 운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아이는 내리는 줄 알고 안전벨트를 풀었는데 엄마 아빠가 그런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차가 움직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깨달았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말했던 것처럼 꼭 그렇게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도 별일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입니다. 그 뒤로 수십 번의 교통안전과 규칙에 대한 설명을 반복하였지만 저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차로 데려다주는 중간에 한참을 운전에 집중하다가도 예민하게 귀를 기울여 딸깍하는 소리가 혹시 뒤에서 나지 않나 신경을 써야만 했습니다. 수십 번의 설명과 반복, 경고, 타이름 등등 엄마가 얘기했지의 무한반복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엄마가 아무리 얘기해도 딸깍하고 안전벨트 버튼을 눌러 무장을 해제하는 그 순간의 짜릿함을 알고 말았나 봅니다.  급기야 필수 불가결한 규칙을 지키지 않은 아이에게 최후의 경고 곧 차 세우고 내리고 싶냐는 표현도 일상적인 표현으로 오고 가고 난 후에야 아이는 다시 안전벨트를 풀지 않고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와의 두 번째 마찰은 바로 하원 후 놀이터 들르는 문제였습니다. 물론 놀이터는 얼마든지 들러도 되지만 한 시간을 넘어가면 도로 교통량이 급증하고 저녁식사 준비하여 먹기에도 또는 화상 튜터 수업 등에도 지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황판단이 미숙한 아이는 추운 겨울 날씨에 놀이터를 들러서 놀아야 한다고 말을 하니 어쩔 수 없이 놀이터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집에 돌아가자고 확답을 받아놓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친구들은 추워서 모두 엄마랑 집으로 돌아갔다는 엄마의 말도 소용없었고,, 텅 빈 놀이터를 눈앞에 확인을 시켜주어도 다시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놀지 못하는 억울함을 생떼를 쓰며 엄마에게 풀기 시작했습니다. 참을성이 그다지 높지 못한 엄마는 서서히 분노의 수위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놀지 못하고 허탈하게 어린이집 앞 실망의 계단을 내려오면서 아이의 감정은 지 가고 싶은 대로 널뛰기 시작했나 봅니다. 앞뒤 사정에 대한 이해 없이 꽥꽥 아이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고 데시벨이 높아지자 아이를 타에 태우고 저는 강도 높은 경고의 말들을 날렸습니다. 그딴 식으로 버릇없이 기분대로 엄마 아빠를 대했다가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경고의 말들! 그러니 너는 앞으로 오늘 같은 행동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아이는 엄마의 강경한 반응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울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엄마에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아이 마음만큼의 사과를 하였습니다.  울부짖어대는 승냥이에서 어느새 천사의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둘 다 감정이 좋지 않으니 서로의 간격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훌쩍이다 아기천사처럼 금세 차 안에서 잠들어 버린 내 아이.


우리는 엄마와 아이라는 점잖은 부모관계를 감정에 떠밀려 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감정이 다쳤을 때 서로에게 화내고 성내는 인간 대 인간의 동일선 상에 서버리고 말았습니다.



엄마임에도 아이의 감정을 미루어 이해해주지 못하고  관대한 마음을 순간적으로 잃었던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엄마의 위치를 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주 단호하지만 사랑이 듬뿍 담긴 차분한 목소리로 아이를 다루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마흔이 넘었어도 매일을 초보 엄마로 사는 저에게 다다르기 꽤 어려운 마치 올림픽 출전 선수와도 같은 난이도 높은 최상급의 엄마였습니다.

"내가 엄마다."라는 타이틀도 아이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꽉 붙들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초보 엄마는 세련되지 않은 엄마의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40년의 세월 차이를 단숨에 훌쩍 뛰어넘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5살짜리 아이에게  상황설명에도 불구하고 네가 화를 내버렸으니 나도 너만큼이나 많이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너는 지금 이 순간 알아야 한다는 것만을 강조했던 엄마를 가장한 어린이였습니다.


엄마의 잘못이 또렷하게 보였지만 그러나 한편으로  5살 아이와 엄마가 감정적으로 한쪽만 양보하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 만난 것이라고 이기적인 변명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다운 감정 기복에 조금은 덜 자혜롭고  못돼 먹은 반응하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는 조금 엄마라는 인간에 대해 이해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놈의 승미!! 나도 잘못했으니까 쌤쌤이 하고 저 승질 죽일 때까지 훌쩍이며 어린 약자임을 강조할 테다!


아이는 이렇게 마음속 말풍선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휴유ㅠ


엄마는   때때로 못난 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너와 나의 관계가 여전히 소중하고 감사해!! 앞으로 살면서 서로에 대한 소중함이 더 깊어지고 단단해 지기를 바랄게! 잠깐 못난이 엄마 해서 한결아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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