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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와 생각 Nov 22. 2022

P.T. 를 받으며

나는 막바지 회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자 personal trainer에게 물었다.

"저기.. 사람들이 P.T를 많이 받나요?"

"네 많이 받죠. 저도 회원들이 일정 수 이상 있고 저보다 많으신 분들도 있죠."

"아하 그렇구나."

나는 의외로 친절하게 돌아온 운동 선생님의 대답에 이야기를 더 이어 나가기 위한 평범한 쉼표를 찍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운동하면 힘들잖아요? 당연히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거는 저도 알겠는데 힘들어도 그만하지 않고 꾸준하게 운동하시는 분들은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인가요?"


정말 나다운 질문이었다. 나는 그것이 제일 궁금했다.

'힘들면 당연히 하기 싫고 한 두 번 하다 보면 지루하고 하기 싫은 게 운동인데 여기 헬스장에 모인 이 사람들은 왜 저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여자 터미네이터, 남자 터미네이터라도 되려는 것일까?'

그들은 흡사 몸에 붙은 모든 근육들을 이번 우승을 위해 최고조로 활성화해놓고 심장을 세차게 펌핑하여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들 같았다. 


나 또한 그들과 똑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위를 하고 있었지만 위와 같은 의문을 품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어느 일요일 아침 갑자기 발병한 한쪽 다리의 대상포진을 발견하였고 그리고 그날 병원을 찾아 헤매는 사이 빠른 속도로 엉덩이 중앙에서 허벅지를 타고 내려오는 그들의 속도감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쪽 허벅지 뒤쪽이 한 달 동안 융단폭격을 맞은 것 같은 대상포진 격전지가 되고 말았다. 건강에 위기감을 안 느낄래야 안 느낄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린 나는 아주 평범한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다.  아파서 더 많은 병원 찾아 돌아다니기 전에 차라리 운동을 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었다.


왼쪽 다리 상해경험과 이번 대상포진 그리고 추가로 발견된 디스크라는 3박자가 세상 남일이었던 P.T. 를 내 일로 받아들여만 했던 종합적 이유가 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P.T를 받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아팠을 때 들렸던 소아청소년과 병원과 같은 건물 맨 위층에서 재미있게 스쿼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 목격한 적이 있었다.

'구기종목이 재밌지. 헬스는 못해도 나도 저런 운동 한 번쯤 해보고 싶다.'

평범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아이만 아프고 지나간 것이 아니라 그다음 차례인 엄마인 나에게도! 평소 건강 챙기는 것을 등한시했던 나에게도 질병의 고통이 찾아오고 말았다. 그리고 질병이 다 나아가고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을 회복한 무렵 '스쿼시 포함 헬스장 회원권을 끊어서 다니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쁘게 붙어있는 광고전단 속 필라테스와 오래 다닐 수 있는 헬스장 회원권을 고민하다가 갑자기 P.T.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그것은 검색 엔진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결과였다. P.T를 1회 받을 수 있는 쿠폰이 와 있었고 전화선 너머 들렸던 P.T는 당연히 1대 1 개인운동을 권유해 주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난 그 사람은 영업은 초짜 같은데 하는 말에 거짓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래. 알아서 운동시켜준다는 데 틀린 말도 없으니 해도 나쁘지 않겠다...'  


시키는 대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나는 대로 자율적 운동도 시작했다. 조금만 걸어도 '야! 너 힘들게 하지 말고 그만 걸어!'라고 외쳤던 한쪽 다리가 어느새 아프지 않기 시작했다. 새 도시로 이사와 찾아 헤맸던 병원들의 전문의들은 진단과 치료는 해 줄지 몰라도 건강을 되찾아 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운동이라는 신비한 마법은 나에게 건강을 조금씩 되돌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흘리는 땀은 분명 정서적 기쁨도 함께 가져다주고 있었다.




나는 간사한 마음 또한 마음속에 간직했는지 건강한 변화를 즉각 즉각 돌려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헬스장에 꾸준히 다닐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정당성의 요소들을 찾기 시작했다.


'봐봐. P.T가 옆에 있고 친절하긴 하지만 아무리 한쪽 구석이라도 매트 깔고 누워서 이것저것 하는 거 피하잖아.'

'사람들이 나 안 보는 척 해도 다 보고 있다고.'

'이왕 하는 거 창피한 거 그냥 조금 참고  해보자.' 등등

나는 mbti가 극한 i라서 힘들다는 둥 여러 가지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다.


나는 개인 트레이너가 알려주는 운동에 귀 기울이며 기꺼이 따라 하고 있었지만 마스크를 끼고 있다는 것에 또한 감사해야 했다. 생소한 운동을 자의 반 질병 푸시 반으로 시작한 나를 달래기 위해 마스크 속으로 조용히 욕들과 혼잣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자.'

그리고 러닝 머신을 뛰면서 정 힘들 때는 스포츠 국민영웅들의 이름을 닥치는 대로 속으로 말했다. 이봉주.. 엄홍길.. 김연아.. 박세리..

이것은 생각보다 효과가 뛰어났다. 그들의 건강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러닝머신 달리기에 충분한 힘과 의지가 솟아났다. 우연한 꿀팁인데!!!





P.T의 대답은 이러했다.

"네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이유이죠. 오전에 늘 운동하러 오시는 중년층 분들은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평생 그렇게 운동이 생활화되신 것이죠. 그리고 오후에 직장 끝나고 오시는 분들은 회사에서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해서 운동하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젊으신 분들은 특히 외적인 아름다움이 중요하잖아요. 몸을 가꾸고 바디 프로필이라는 분명한 목표도 있답니다."


나도 어느새 그들처럼 운동에 스며들고 있었다. 나의 기준에 운동은 힘든 것이고 힘들면 멈추어 버리는 일상이 한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운동을 하다가 중간에 힘들어도 바로 멈추지 않고 조금씩 운동 시간을 늘리고 멈추는 것을 지연시키는 법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또는 최소 한 주에 2~3회 운동을 하는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20시간 이상 시각적으로 노출을 반복했던 것이다.


 꿈이 크고 공부하고자 하는 열망이 높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유명한 학군지로 가는 것이 그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한 유투버가 생각났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하다면 그 목표에 어울리는 적당한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그렇게 해서 영감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맹모삼천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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