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자장가
지중해의 눈부신 윤슬이 산들바람에 실려와 아기의 뺨을 어루만지면, 엄마는 가만히 요람을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바람이 머문 곳에서 노래가 시작되는 건지 바람이 노래가 된 건지, 아니면 바람이 애초에 노래였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8분의 6박자가 태고의 걸음으로 아기를 쓰다듬고 달래면 쪽빛의 청명한 첫음 F는 천국의 빗장을 들어 올린다.
이 곡은 쇼팽이 쓴 변주곡 형식의 자장가다. 1843년 프랑스 노앙(Nohant), 연인 조르주 상드의 저택에서 여름을 지내던 그는 메조소프라노 가수이자 친구였던 폴린 비아르도(Pauline Viardot)의 18개월 어린 딸 루이즈의 사랑스러움에 매료되었고 그 영감이 이 곡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상드는 한 편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쇼팽은 그 아이가 사랑스러워 손에 입을 맞추고 또 맞춘다."
시종 오각형의 단순한 음형을 반복하는 왼손이 심박수를 따라 가만히 요람을 흔드는, 바위처럼 단단한 모성애라면, 스물 한 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주제 선율은 나른한 목소리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어설듯 뒤돌아 안부를 묻는 사려깊은 안내자다. 이 간결한 소프라노 선율은 곧이어 16개의 다채로운 질감과 색깔로 산란하며 변주된다. 겹겹의 다성부, 반음계, 3도 스케일, 쇼팽 특유의 장식음들은 서로 모이고 흩어지면서 '꽃의 이중창'을 노래하고 벌새의 파르르 날갯짓이 되었다가 계단식 폭포로 흘러내리고 반딧불이의 빛으로 명멸한다. 가장 찬란한 콜로라투라의 순간에도 그러나 노래는 철저히 자장가의 영토에 머물며 p(여리게)를 넘어서지 않는다. 밀도와 셈여림이 서로 견제하고 배신하는 달음질은 새벽녘 성당 종소리처럼 불현듯 울리는 C 플랫음을 신호로 서서히 보폭을 좁히며 긴 호흡으로 종지부를 향해 스러져간다.
아기는 깊이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