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피아노 콩쿠르 참가기 (3/3)

8th Cliburn Amateur (Oct. 12-18, 2022)

by andy

Semifinal. 1차 마지막 참가자의 연주가 끝나고 세미파이널 진출자가 가려짐에 따라 경쟁은 다시 39명에서 20명으로 좁혀졌다.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날 밤 운이 더 좋았던 20명은 발표장 한켠에 모여 다시 홈페이지 업로드용 단체사진을 찍고 각자 분 단위로 쪼개진 개인 연습과 연주 일정을 전달받는다. 15분 연주를 끝으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우울한 3번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았다. 결과를 전하자 카톡은 불이 난다.


이틀 후 Semifinal 연주곡은 바흐 Italian Concerto, 쇼팽 Ballade No. 1, 카푸스틴 Etude No. 6. 공개연주의 중압감에 압도당하는 순간엔 바흐와 카푸스틴 사이에 놓여있는 280년의 시간보다 내게 주어진 연주제한시간 28분이 더 길다. 그 시간 안엔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일정한 템포와 비트가 주는 안정감, 아름다운 선율에 스치듯한 감탄, 음향판에 반사된 음들이 서로 뭉치고 흩어지며 홀 안에 몽글몽글 퍼져나가는 황홀한 음향감, 미스터치로 인한 환기의 순간들, 메모리 슬립에 대한 두려움과 저항, 실수 후의 괜찮거나 덜 괜찮은 수습들…


결국 6명의 파이널 진출자 단체사진에는 끼지 못했다.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1악장을 오케스트라와 결선무대에서 협연할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독주곡 4곡은 모두 무대에 올릴 수 있었으니 여한이 있을 수 없다. 귀국 전 다른 한국인 참가자 두 분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서로의 소회와 함께 앞으로 어떤 곡을 공부할지에 대한 계획과 고민을 나눈다. 긴 여정을 마친 후의 피로나 꿈의 결선무대에 오르지 못한 실망감은 흔적이 없고, 새 여행일정을 짜는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당신도 나만큼 미쳤구나’ 싶은 반가운 동류의식이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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