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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 Nov 24. 2017

나만의 보물 창고를 만들어요

@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사실은 모든 것임에도 

차선이 되어버린 나와 내 동네를 위해


떠나고 싶지만 갈 곳을 모를 때 나의 자리를 돌아 본다.



맨하튼에 세계적인 초대형 미술관들이 있다면, 다리 건너 브루클린에는 자그마한 동네 갤러리들이 있다. 거장의 마스터피스, 벅찬 감격, 화려한 컬렉션은 브루클린의 관심 밖이다. 대신 이 도시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보물을 보여준다.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거리에는 작고 사소해서 한번에 찾기 어려운 명소 City Reliquary Museum이 있다. Your Community Museum이라는 부제를 단 갤러리. 뉴욕의 온갖 고색창연한 아이템들을 전시하는데 그 모습이 영락없는 다락방에 쌓인 잡동사니들이다. 


2개의 조그만 전시실은 ‘아니 이런 것까지?’ 싶은 사소한 것들의 성전을 이룬다. 뉴욕의 찌그러진 수돗물 병들, 어린 시절의 연필깎이들, 색 바랜 성냥갑들. 그야말로 일상의 시시콜콜한 소품들을 마치 보석처럼 모아서 나와 우리 동네의 일상 박물관을 만들었다.


 

더욱 가관은 <뉴요커의 지질학> 코너다. 유리 케이스 안에 뉴욕의 어느 공사 현장에서 집어온 흙 한 움큼, 어느 지하철역에서 주은 페인트 조각, 아스팔트 부스러기 등이 굉장한 고대 유물처럼 전시돼 있다.


처음에는 아티스트의 유머와 재치로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하나 보고 있으니 뭉클해진다. 그 모든 파편이 이 지역이 걸어온 시간의 실체였다. 지금의 근사한 도시 풍경 뒤에 존재했던 과거의 부스러기들이다. 너무나 평범해서 웃음이 나오는데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 곳의 이야기다.



한쪽 벽면에는 흑백의 얼굴 사진이 가득했다. 운영자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은 누구죠? 유명한 사람들인가요?"

"물론이죠! 모든 사람은 특별해요"


모든 사람은 특별해요


농담처럼 던진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게 브루클린의 마인드라고 느낀다. 이 곳에선 동네 사람 모두가 초상화를 벽에 걸어도 좋을 만큼 특별한 존재가 된다. 나의 모든 흔적, 주변의 사소한 변화들이 더할 수 없이 큰 가치를 지닌다. 밖이 아닌 안에서 보물을 발견한다. 



해외 토픽을 보면 아인슈타인의 메모, 존 레논의 안경, 스티브 잡스의 사인, 피카소의 낙서 같은 것이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렸다는 뉴스가 등장한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들은 특별하니까. 하지만 브루클린 사람들은 천진하게 되묻는다. 우리도 그러지 말란 법 있어?



나에게도 수없이 거쳐간 다양한 연필깎이들이 있었다. 물병이 있었다. 다 어디로 갔을까?


그것들이 모여 어떤 피규어보다도 멋진 나만의 콜렉션이 되었을 수 있다. 매일 지나는 거리의 낙엽을 주워 ‘2017년 수능날의 서울’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었다. 내가 흘려 보낸 일상의 보물들이다.




[브루클린]
브루클린은 뉴욕시 다섯 개의 자치구 중에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지역이다. 보헤미안적 감성과 힙스터 문화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인기명소다. 영화 <비긴 어게인>의 주요 무대로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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