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양조장처럼, 로컬 카페처럼!
맥주를 좋아하는 맥덕이라면 미국 서부의 도시 포틀랜드를 들어보았을 거다. 한국에서는 <킨포크> 잡지가 탄생한 도시로 유명한 곳. 작고 예쁜 친환경 도시의 골목마다 개성이 가득한 소규모 양조장이 빼곡하다. 양조장 뿐 아니라 작은 로컬 상점, 로컬 맥주, 로컬 카페, 로컬 아트를 보는 즐거움으로 힙스터들이 모여들고, 여행자들이 찾아온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소소한 일상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요즘 사람들의 취향에 아주 딱이다.
집집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골목마다 자리한 양조장들을 방문해보면 대낮에도 사람들이 앉아서 가볍게 즐기는데, 각각의 맥주맛이 무척 독특하다.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자체설비로 맥주를 양조하니 집집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새콤하고 과일향이 짙은 사워 비어만 생산하는 집도 있고, 오크통에 숙성한 도수 높은 맥주를 내기도 한다. 각기 다른 맛을 보는 재미 때문에 사람들은 이 집에서 한잔하고, 저집에서 한잔하며 맛의 차이를 즐긴다. 포틀랜드에는 대단한 랜드마크나 관광명소는 없지만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성으로 유독 여행이 즐겁고 유쾌하다.
사실 요즘 이것은 포틀랜드만의 특징은 아니다. 특히 두드러지긴 했지만 시애틀에서도,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걸 느낀다. 작은 로컬 상점, 골목의 맛집, 주인장이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작은 카페 등 조그마한 것들의 시장이다. 골목마다 자신들의 생산품을 들고 나와 장터가 열린다. 작지만 각자의 톡 튀는 개성이 담긴 다양성이 핵심이다. 내가 제일 잘 나갈 필요가 없는 거리의 풍경이다. 가장 나 다우면 된다. 나 답고, 본연의 개성이 살아있으면 사람들은 그 재미에 옆 가게도 가고 내 가게도 온다. 대단한 랜드마크가 없어도 복작복작 그럭저럭 재미있는 도시가 된다.
소규모 로컬 저자들의 책방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역시 컨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한 우리의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브런치 책방을 봐도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수많은 저자들을 만난다. 개성있는 골목의 작은 서점에 가면 수많은 독립서적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속삭이고 고함치며 목소리를 낸다. 마치 포틀랜드의 골목처럼 각자 자기의 판을 깔고 내 얘기를 쏟아낸다. 개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쏟아지는 것은 무수한 글더미, 책더미가 되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소규모 로컬 저자들이 늘어가는 재미있고 여러 맛이 있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블로그도 마찬가지. 어느 플랫폼에서 어떤 형태의 컨텐츠를 만들고 있든 자신의 자리에서 가장 나다운 이야기를 하면 된다. 엄청 튀어 대단히 잘 나가야하는 게 아니라, 나다운 재미를 보여주면 될 일이다. 내가 포틀랜드의 소규모 양조장과 같다고, 시애틀의 로컬 카페라고 생각해본다.
나는 최근 수년간 여행 블로그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으니 그 얘기를 해서 어디선가 찾아올 삼삼오오 독자에게 내 얘기를 들려주는 거다. (정말로 삼삼오오 명인 건 조금 슬프지만 ㅋ)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자신의 아이키우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자동차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얘기를 늘어놓고, 내가 사는 동네가 좋은 사람은 그 동네 이야기를 하면 된다.
내가 뭐라고, 는 넣어둬요
그러니 ‘내가 뭐라고’ 라는 마음은 넣어두는 거다. 내가 소수의 방문자가 찾아오는, 파워블로그도 아닌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내가 뭐라고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처럼 말이다. 조그마한 것들의 시장에선 나 라는 천연 재료를 잘 살리고, 각자의 말투와 형태라는 자체 설비로 독창적인 맛과 향을 뿜어내는 게 제일이니까.
그러면 우린 조금더 아기자기한 골목이 이어지는 도시 안에서, 이집 저집 방문하며 다양한 즐거움을 맛보는 일상을 살게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