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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H Feb 14. 2021

지진이 일상인 나라에서도 지진은 무섭다

'규모'와 '진도'는 어떻게 다르지?


간밤에 일본에서 매그니튜드 규모 7.1-7.3 정도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지에서 가까운 곳의 최대 진도는 6강. 강한 흔들림이 30초 이상 지속되었다고 한다. 도쿄도 진도 3-4 정도의 흔들림이 1분 넘게 지속되었다. 내가 사는 곳은 6층짜리 건물의 2층이라 그렇게 흔들림이 심하지 않은 편이었는데, 12층에 사는 친구는 책꽃이 선반이 일부 망가질 정도로 꽤나 강하게 흔들렸다고 한다. 내진설계 특성 상 고층건물(예: 오피스 밀집지역의 삐까뻔쩍한 오피스 건물들, 타워맨션 등) 일수록, 그리고 같은 건물이라면 고층이 더 많이 흔들린다.


지진이 일상인 이 나라에서도 이정도 규모/진도의 지진은 꽤나 오랜만이었던지라, 주변 지인들도 n년 만에 이런 큰 지진이 왔다고 무서워했다. 그렇다. 아무리 내진설계가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진도가 강하면 건물은 무너지게 마련이고, 대대손손 지진의 파괴력을 경험해 온 이들은 지진이 오면 더 큰 지진이 오지 않을지 걱정하며 무서워한다. 지진이든 태풍이든 천재지변은 아무리 경험해도 익숙해지기는커녕 더 무서워진다. 향후 10년 내로 수도직하지진이 올 확률이 70%라느니, 지진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만 신경쓰는 것 같던 문제를 일본 본토에서 나고 자란 지인들에게서 들으니 공포심은 배가 되었다. (동시에 집 살 계획은 수도직하지진 이후로 미루는 게 타당하지 않나 생각한 극현실주의자;)



포스팅하는 김에 토막상식을 공유하려 한다. 바로 지진의 '규모'와 '진도'는 어떻게 다른지이다. 지진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한국인들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나온 리히터 규모 같은 절대규모에만 .익숙하기에 일본뉴스, 한국에서 내보내는 일본 관련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진도'라는 단어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본인들도 많이 헷갈려 하기 때문에 누굴 비난하고자 함은 절대 아니다!)


규모(規模) - 말 그대로 지진의 크기. 진앙지의 깊이나 본토에서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등 여러 변수와는 상관 없는 절대적인 지진의 크기를 나타낸다. 매그니튜드 규모 기준 최대 규모는 10.0으로, 지구 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고 한다.

진도(震度) - 한자 뜻 그대로 '흔들림의 정도'.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나타내는 단위. 진원지에서 얼마나 떨어졌느냐, 진앙지가 얼마나 깊었느냐 등 여러 변수에 의해 같은 규모의 지진이더라도 진도는 천차만별이다.


이 개념을 숙지하고 어제 발생한 지진의 보도 내용을 한 번 읽어보자.


©ウェザーニュース (일본웨더뉴스)
각지의 진도
발생시각: 13일(토) 23시 8분경
진원지: 후쿠시마현 앞바다
지진의 규모: M7.3
진원의 깊이: 55km

그리고 지도에 표시된 숫자들이 실제 그 지역이 얼마나 강하게 흔들렸는지를 나타내는 '진도'이다. 이번 지진은 진원지가 꽤나 깊었고, 규모가 컸기 때문에 북쪽으로는 홋카이도, 서남쪽으로는 오사카까지 흔들렸다. 진도4부터 꽤나 강한 흔들림인데, 진도4 이상인 범위가 꽤나 넓었다.


이제 규모와 진도가 어떻게 다른지는 대충 감이 오셨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진도의 각 단계는 어느 정도의 흔들림을 나타내는 것이며, 최대 진도는 몇일까?

©日本気象庁(일본기상청)

일본 진도체계 기준 최대 진도는 7. 그 바로 아래 단계가 6강으로 콘크리트 건물도 무너지는 수준이다. 그림만 봐도 대충 이해는 되니 6강에 해당하는 설명만 번역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고정되지 않은 가구들은 거의 모두가 움직이거나 넘어진다. 많은 건물에서 벽의 타일이나 유리창이 파손되거나 낙하한다. 내진성이 낮은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정말 강한 흔들림이다. 5약부터 6강까지는 범위가 꽤 넓기 때문에 7에 가까운 6강이었는지, 6약에 가까운 6강이었는지에 따라서 피해정도는 천차만별이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일본기상청의 이 진도계급은 한국에서 사용하는 진도계급과는 또 다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다 보니 독자적인 단위를 사용하는 것이리라.


©한국기상청

국내에서 사용하는 진도계급은 좌측에 빨간 로마자로 표시되어 있는 12단계 구분이다. 내구성이 낮은 건물이 무너지기도 했던 포항 지진 당시 진도가 VI이었다고 한다. 이는 일본 기준으로 환산하면 진도4. (일본에서 진도4에 무너지는 건물은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이 그간 얼마나 '지진안전지대'라 생각하며 건물의 내구성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요약하자면, 지진을 이야기할 때 '규모'와 '진도'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 '규모'는 리히터 규모 등 계산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지진 자체의 절대적인 크기를 나타내기 위한 단위이며, '진도'는 해당 지진에 의해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또, 일본은 일본 독자적인 진도계급을 사용한다. (규모 계산 방식도 일본 독자적인 것이 있다고는 하는데, 야후 재난어플 기준으로는 리히터 규모로 표시되어 있다.)


또 큰 지진이 오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잠들었는데, 다행히 도쿄까지 흔들릴 정도의 큰 여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밤새 자잘한(?) 여진들은 계속 발생했기에 후쿠시마현, 이와테현 등 주민들은 밤새 동일본대지진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일본에 오기 전엔 지진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랐기에 함부로 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천재지변에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조금씩 깨닫게 된 요즘에는, 그저 모두 무사히 살아남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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