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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Jun 22. 2024

지금은 맞고 그때도 맞다

인사이드 아웃 2 (Inside Out 2)

감독: 켈시 만 (Kelsey Mann)

2024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검색 <인사이드 아웃 2> 포토. https://t1.daumcdn.net/movie/c978c90d397e0573d635381bc12bd7049321f325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리뷰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음 검색 <인사이드 아웃 2> 포토. https://t1.daumcdn.net/movie/3053326aa3a198d65c5fc6685082d93abd4c06f4

불안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불안 수준에 개인차는 있다. 불안은 순식간에 우리의 영혼을 잠식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불안은 우리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가 불안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의 불안은 허용된다. 불안이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적절한 수준의 불안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게 하고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다.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일정 수준의 긴장상태를 유지한 채 연습과 훈련을 반복해서 결국 좋은 성과를 얻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 불안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할 때 병리적인 문제가 생긴다. 주어진 스트레스 상황에 비해서 지나치게 높은 불안을 보인다거나, 불안해할 만한 요인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다음 검색 <인사이드 아웃 2> 포토. https://t1.daumcdn.net/movie/042c78aa94f74adc322def73f1c15828279e50a0

다시 말한다. 불안이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는 기쁨이 언제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말과도 같다. 낙천적인 사람들이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나 동기도 강해서 여러 면에서 건강상의 이점을 누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낙천적인 사람들은 자신에게 나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성공을 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어 비현실적인 낙천주의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요지는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안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무슨 감정 상태든 간에 적절한 때에 적절한 수준의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하며, 특정 유형의 감정들이 부정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감정이라고 치부하고 억누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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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2>에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 ‘불안’은 오직 자신만이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시즌 1에서 기쁨이가 했던 실수와 동일하다. 불안이든 기쁨이든 그 감정이 필요한 순간순간들이 있을 뿐 결코 필요하지 않은 감정이라는 것은 없다. 불안은 라일리의 감정 콘솔을 독점하고 모든 감정들을 압도하며 상황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불안에 기댄 의사결정은 비합리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통제불능의 상태로 치닫는다.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수많은 경우의 수를 바탕으로 현재의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결국 아무런 근거 없이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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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친구들과의 약속에 내가 조금 늦게 도착한 상황을 생각해 보자. 만나기로 한 카페에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깔깔 거리며 웃고 있는 게 아닌가? 대부분 그 모습을 보고 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안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들은 친구들이 혹시 약속에 늦은 내 험담을 하며 웃고 있는 게 아닌지 지레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이러한 현상의 왜곡된 해석은 비합리적인 신념 혹은 경직된 믿음 때문일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 시간에 단 1분, 1초라도 늦어서는 안 되고,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죽어도 마땅한 최악의 사람이며, 친구들과의 대화를 조금이라도 놓치면 따돌림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경직되고 비합리적인 신념 때문에 친구들의 웃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곡하여 해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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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2>에서 불안은 이러한 경직되고 비합리적인 신념을 라일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심는다.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 행동하면 곧 진학하게 될 고등학교의 동료와 선생님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경직된 신념을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념에는 근거가 전혀 없다.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그들이 어떤 스타일의 신입생을 선호하는지는 알 수가 없지 않은가? 불안은 미래의 경우의 수를 현재로 당겨와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는다. 이러한 의사결정으로 현재의 현상을 제대로 다루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불안이 등장하기 전 기존에 라일리의 마음에 심어져 있던 신념의 내용과 비교해 보면 불안이 만들어낸 신념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것인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기존에 라일리의 마음속에 뿌리내린 신념들은 과거에 '실제 있었던 일들에 기반'하여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신념의 내용도 '~할 것이다'라는 추측의 언어가 아닌, '~이다'라는 확신의 언어로 쓰여있다. 경험해보지 않은 미래에 경험을 해 본 것과 같은 확신을 갖기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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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가지고 산다. 비합리적인 신념은 추측과 지레짐작을 낳고 우리를 불안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경직된 믿음을 유연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실제로 인지행동치료에서는 경직된 신념을 어느 정도 유연하게 바꾸는 것을 치료 목표로 삼는다. 내가 직접 듣고,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현상을 근거에 기반하여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내가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그 뒤에 따르는 행동과 정서는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다. 과도했던 불안은 잦아들고 편안함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믿음과 신념은 영화에서처럼 마음의 너무나도 깊은 곳에 숨어 있어서 의식을 기울여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어느 정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나의 순간적인 감정과 스치는 생각 정도이지 그 기저에 깔려있는 신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심지어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애써 부인하며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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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리는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좋은 부모와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서로 돕고 마음을 쓰는 절친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불안이 등장하기 전 라일리의 마음 깊은 곳에는 이미 건강한 신념이 자리할 수 있었다. 신념은 아주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라일리는 스스로를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고 그런 건강한 신념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불안으로 인한 비합리적인 신념 그리고 그 뒤의 불편한 감정과 부자연스러운 행동들도 결국에는 극복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이들이 라일리처럼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지는 않는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동급생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심한 학교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지탱해 줄 수 있는 나에 대한 건강한 신념을 기르지 못한 사람들은 훗날 쉽게 화를 내고, 쉽게 불안해지며, 쉽게 우울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라일리는 정말이지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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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2>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감정 캐릭터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감정 이외의 다른 감정들도 드러낸다는 것이다. 기쁨이는 화를 내고, 불안이는 운다. 실제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짧은 순간에도 우리는 동시에 많은 감정들을 느끼며 산다. 감정들은 하나가 다른 하나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뒤엉켜 있다. 그래서 감정 표현이 어려운 것이다. 분노와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들기도 하고, 사랑과 증오가 마구 뒤섞여버릴 때도 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딱 하나의 단어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쉽지가 않다. 라일리가 그 점을 드디어 깨닫기 시작한 듯하다. 라일리는 청소년기를 겪으며 앞으로 더 힘든 일들을 더 자주 마주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건강하게 자아를 통합해 낼 것이다. 내 안에는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좋은 면모도, 나쁜 면모도 모두 뒤섞여 있다는 것을. 지금의 내 모습도 나고, 과거의 내 모습도 나고. 어느 하나의 모습을 나의 모습이라고 규정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라일리는 그렇게 유연해질 것이다. 라일리의 신념은 말랑말랑해질 것이다. 라일리의 지금은 맞고, 그때도 맞다.


hiphopstep.



참고문헌 


Boehm, J. K., Chen, Y., Koga, H., Mathur, M. B., Vie, L. L., & Kubzansky, L. D. (2018). Is optimism associated with healthier cardiovascular-related behavior? Meta-analyses of 3 health behaviors. Circulation Research, 122(8), 1119-1134.


Scheier, M. F., & Carver, C. S. (1985). Optimism, coping, and health: Assessment and

implications of generalized outcome expectancies. Health Psychology, 4(3), 219-247.


Segerstrom, S.C., Carver, C.S., & Scheier, M.F. (2017). Optimism. In: Robinson, M., Eid, M.

(eds) The Happy Mind: Cognitive Contributions to Well-Being. Springer, C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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