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ng을 견디지 못하는 자
서치 2 (Missing)
감독: 니콜라스 D. 존슨 (Nicholas D. Johnson) & 윌 메릭 (Will Merrick)
2023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서치 2>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65601
영화 <서치 2>를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서치 2>는 그 어떠한 스포일러 없이 시청해야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은 리뷰를 읽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영화 <서치 2>의 제임스가 반사회적 인격 장애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로 의심되는 것은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물론 반사회적 인격 장애는 15세 이전에 품행 장애가 있었다는 증거가 있어야 진단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제임스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 그는 사회적인 규범을 전혀 따르지 않으며, 거짓말을 하고, 충동적이며, 무책임하다. 폭력과 약물 남용, 심각한 범법 행위를 반복적으로 일삼으며 그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듯하다.
여기에 더하여 한 가지 또 의심되는 것은 그가 혹시 '경계선 인격 장애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를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경계선 인격 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정서와 대인 관계의 불안정성과 충동성이다. 이들은 타인을 대할 때 일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누군가가 자신과 관계를 단절하려고 하거나, 자신을 떠나려고 할 때 상대를 향해서 지나칠 정도로 극심한 분노와 비난을 퍼붓는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상대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 정신의학회 (American Psychiatirc Association)의 정신장애 진단통계 편람(DSM-5)을 보면, 경계선 인격 장애의 진단 기준 중 하나로 "과대이상화와 과소평가의 극단 사이를 반복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불안정하고 격렬한 대인관계의 양상"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모두 합쳐져서 차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한 인간이다. 그러나 경계선 인격 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관계를 맺는 상대를 차원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분법적으로 바라본다. 나에게 잘해주면 좋은 사람, 나를 떠나려고 하고, 나에게 못해주면 그 사람은 곧바로 나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이 극단적인 불안정한 상태를 옆에서 같이 경험하게 되는 주변인들은 매우 당혹스럽고 또 공포스러움을 느끼기까지 한다.
제임스는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다가도 다시 돌아와 달라고 그녀에게 애원한다. 아내가 딸을 훔쳐가려고 한다고 망상에 가까운 의심을 하면서도, 아내에게 '자기가 필요해', '대답해', '미안해', '어디야?'와 같은 집착에 가까운 메일을 지속적으로 보낸다. "돌아와서 가족끼리 해결하면 안 될까?"라고 구슬리듯 말하다가도, 아내의 인터넷 서칭 기록을 뒤져 아내가 '학대 신고'를 검색한 내역을 들이밀며 자신을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끝내 경찰에 제임스를 신고하자 그는 극도의 분노에 휩싸여 언젠가 너를 찾아내서 죽여버릴 것이라는 협박까지 한다.
영화 <서치 2>의 원어 제목은 <Missing>이다. Missing은 무언가를 잃는 것, 행방불명이 된 것,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것을 의미하며 영화의 내용 전체를 관통한다. 한편으로는 경계선 인격 장애가 가장 두려워하고 분노하는 것 또한 상대가 나를 떠나 누군가를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 제목이 <Missing>인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경계선 인격 장애는 말 그대로 Missing을 견디지를 못한다. 누구나 살면서 관계의 단절이나 거절, 상실을 가끔씩 경험하지만 경계선 성격 장애는 그런 자연스러운 관계의 흐름을 도무지 견디지 못한다. 제임스가 영화에서 그런 양상을 보인다. 정작 기존의 모든 인간관계를 인위적으로 다 끊어내고 자신의 원래 이름마저도 봉인해야 했던 가정 폭력 피해자 그레이스는 그 모든 힘듦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데도 말이다.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누구든 경계선 인격 장애가 되고 싶어서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들이 주변 사람들을 아주 못살게 구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족은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왜냐하면 일단 나의 아빠, 나의 엄마 혹은 나의 형제자매가 그런 인격 장애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가 힘들 수 있고, 그들이 일상적으로 보이는 극단적인 불안정성에 자신이 제대로 맞춰주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의 무게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매우 현명한 엄마였다. 딸이 어릴 때부터 아빠의 그런 불안정성과 충동성을 애초에 경험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빠른 신고와 분리를 선택했고 십여 년 정도 되는 안정적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어린 딸의 입장에서는 아빠가 곁에 없는 것이 매우 속상했겠지만, 그로 인해 딸 준은 확보된 안정적인 시기동안 인격과 정서를 적절하게 발달시킬 수 있었다.
hiphopst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