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못 가요! 비자 안 준대요!

길 위의 사람들 <아날로그 중국> 3

by 낭만히피


인생이란 알 수 없다. 야구처럼, 다음에 어떤 공이 날아올지 예측할 수 없다.

- 모리에토 <X세대>





별 수 없이 택시를 타 바가지요금을 내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 택시 기사님. 영 숙소를 찾지 못합니다. 구글맵이요? 그때는 없었습니다. 별 수 없이 근방 어딘가에 저를 내려 주고 택시는 홀연히 사라집니다. 그 밤 한참을 여기저기 기웃기웃 돌아다녔지만 도대체 숙소는 나오질 않습니다. 웬 가라오케와 빨간 조명뿐. 그렇게 두 시간쯤 지났을까요. 저기 간판이 보입니다. 제가 찾던 유스호스텔입니다!! 만세!!!




하지만 간판이 눈에 띠지 않았던 건 이유가 있었겠지요. 네. 간판 불은 꺼져있고 문도 닫혀있었습니다. 이 동네는 12시가 넘으면 호스텔이건 공항이건 다 문을 닫는 가 봅니다. 이제 새벽 3시. 여기가 아무리 더러운 길바닥이라도 대자로 누울 수 있을 만큼 피곤합니다. 무서움도 느끼질 못하고 눈꺼풀마저 다 감겨버렸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길거리에 침낭을 필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머리를 흔들고 저 바닥에 붙어있는 온 힘과 정신을 다 끓어 올렸습니다. 어딘가 불 켜진 곳을 찾기로 합니다.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다시 밤거리를 걷습니다. 불빛을 찾으라!




드디어 저기 어딘가 불빛이 보입니다. 24시간 오픈 국숫집입니다. 이 역시 제 인생에 반가운 불빛 3위 안에 들 겁니다. 어차피 중국어 메뉴판은 볼 줄 모르니까 제일 위에 있는 걸로 시켰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짬뽕이 나왔습니다. 저는 두 그릇 같은 한 그릇을 재빨리 몽땅 비우고 국숫집 테이블 위에 장렬히 전사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엎드려 있었는지 팔이 저릿저릿하다 못해 마비되는 것 같습니다. 손님들도 하나 둘 들어오는 걸 보니 이제 아침인가 봅니다. 지금쯤이면 호스텔 문도 열렸겠지요. 드디어 유스호스텔로 들어갑니다.

힘듭니다. 정말이지 너무도 힘듭니다.

하루라도 빨리 중국을 벗어나 파키스탄으로 가고 싶습니다. 서두르면 아직 파키스탄에 살구가 있을 때 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루무치유스호스텔1.jpg 우루무치에 있는 호스텔


다음날 바로 카쉬카르로 떠나기로 합니다. 슬리핑 버스(누울 수는 있으나 똑바로 앉기는 어려운 구조의 좌석을 갖고 있는 버스)를 탔습니다. 신발을 벗고 타는 버스라 냄새가 진동을 하고 한 라인에 세 명이 누워 가기 때문에 가운데 사람은 창문조차 없습니다. 놀랍게도 저는 가운데 자리였고 허리를 피고 앉을 수도 창밖을 바라볼 수도 없었습니다.

힘듭니다. 정말이지 너무도 힘듭니다.

스무 시간쯤 지나니 마침내 척추가 굳어 버린 것 같습니다. 여섯 시간쯤 더 가 이대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 나는 기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하차하겠다 결심했을 때 드디어 카쉬카르에 도착했습니다. 살았다!


카쉬카르.jpg 카쉬카르 빵집


시골스러운 따뜻한 동네 풍경에 감격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도미토리(다인실)가 중앙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의 아늑한 유스호스텔도 무리 없이 찾았습니다. 여행자들이 마당에 모여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책을 보는 풍경. 저에게는 호수보다 평화로운 풍경. 아 이제 살 것 같습니다. 반가움에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이제 여행의 힘든 부분은 일단락 난 건가요. 저는 여행자들과 활발히 소통합니다. 같이 밥도 먹고 시장도 가고 지난 여행 이야기들(고생 스러 울 수록 지나면 다 영웅담이잖아요!)과 카메라에 담겨 있는 사진들을 나누고 책도 보고 밤에는 다 같이 맥주도 마시고 그렇게 만난 친구들과 파키스탄으로 가는 국제 버스 티켓을 끊고 동네 구경도 합니다. 드디어 내일이면 파키스탄입니다. 분명히 아직 살구가 있을 겁니다!

행복한 마음 숨길 길 없어 리셉션에서 사람들과 한참을 웃고 떠들고 있는데 저 멀리서 웬 동양 남자가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 옵니다.


“파키스탄 못 가요! 비자 안 준대요!”


토니비자안준대.jpg




글 : 히피

그림 : 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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