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 캐나다, 깬 나다

살아 보기 전에 미처 몰랐던 것 세 가지

by Hiraeth

나는 캐나다를 평등하고 정직한 나라라고 믿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캐나다에 대해 깊이 연구해 본 적이 있는 게 아니니,

아마도 내가 어릴 적부터 접했던 미디어나 책들에서 생긴 이미지일 것이다.


그런 선하고 아름다운 캐나다의 이미지가 깨진 몇몇 가지 사건들이 있다.


첫 번째 이미지는 정직한 시민의식이다.

혹시 이 사진을 본 사람이 있나 모르겠다.

2013년 말쯤에 접한 사진인데, 지하철 개찰구가 고장 났을 때 승객들이 정직하게 요금을 개찰구 위에 올려놓고 가는 모습이라고 한다. 이런 류의 콘텐츠들 때문인지 캐나다의 양심이 우리 K양심에 버금가는 줄 알았다.


캐나다에 정착한 지 일 년 반쯤 지난, 2017년 5월 어느 날.

오후 4시경, 친구와 맥주 한잔을 하고 있었다.


체구가 작은 나는 보통 가방을 의자 등받이와 내 등 사이에 올려두는데, 도둑맞았다.

CCTV를 확인해 보니 도둑은 맥줏집 안에 그냥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가방을 가져갔다.


알고 보니 그 도둑은 상습범이었다. 범인은 내 사건을 포함해서 다른 사건들로 뉴스에 몇 번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너무나도 바쁜 캐나다 경찰은 잡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사건을 접수하러 갔을 땐, 내 얼굴만 쓱 보곤 온라인으로 접수하라고 했다. 나는 학생비자이며, 여권도 잃어버린 상태라고 했더니 그제야 종이를 주며 접수를 하라고 했다.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어딜 가나 도둑이나 소매치기는 많으니까 뭐..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25년도의 나는 저 개찰구 사진에 의문이 생긴다.


여하튼 이곳은 내가 앉은 식당 안의 테이블에서도 내 물건을 잘 지켜보고 있는 게 좋다. 등 뒤는 안된다.



두 번째는 도로의 경적소리이다.


캐나다에 오기 전에 서점에서 캐나다 여행책을 하나 사서 보았다.

제목은 생각이 안 나는데 표지에 노란색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책엔 캐나다는 여유 있고 젠틀해서 경적소리를 듣기 힘들다고 적혀있었다.


현실은 달랐다.

다운타운에 사는 것도 아닌데.. 나갈 때마다 날카로운 빵빵 소리를 듣는다.


아마 개정판에선 그 부분을 지우거나, 특정 시골에서 그렇다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미 개정되었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인맥사회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엔 "낙하산"이란 말이 있다.

그리고 보통 사장님 아들이 아닌 이상 쉬쉬하려고 한다.


이곳엔 "네트워킹"이라는 단어가 있다.

레딧같은 커뮤니티나 주변에 취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 네트워킹을 1순위로 꼽는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리퍼럴이란 제도가 있어서 지원하는 회사에 지인이 있으면 더 쉽게 인터뷰 기회를 얻는다.


내가 본 사례만 해도 다양하다.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는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에 들어갔고, 마케팅 헤더는 자신의 오래된 친구를 개발 직군에 앉혔다. 친구네 회사 CTO는 과거 함께 일한 개발자를 기술면접에서 떨어졌음에도 결국 합격시켰다. 합격까지 가진 못하더라도, 추천을 받으면 더 쉽게 첫 번째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요즘 하도 이상한 사람이 많고, 고용도 노력과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니 함께 일했던 동료를 추천하는 건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혈연, 지연할 것 없이 다 적용이 된다. 추천을 할 때는 굳이 관계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추천해 줄 직원을 서치 해서 추천받기도 한다.


운도 실력인 것처럼, 연도 실력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얻게 된 기회들을 지켜나가는 것 또한 실력이다.


물론 위의 세 가지가 나쁘고 좋고를 말할 수는 없다.

그냥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뿐이다.


나는 친절하며 정직한 친구들을 캐나다에서 만났다.

무단횡단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차 여유롭게 웃으며 먼저 보내는 운전자들도 많다.

인맥으로 들어왔지만, 누구보다 실력 있는 친구들과도 함께 일했다.


해외 생활을 하고 나이를 들며,

뭔가 단정 짓는다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거만한 일인지 느끼며 조심하게 된다.


겪어 보기 전엔 모르고, 같은 경험이라도 모두에게 다르게 적힌다.

무언가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진정한 이해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캐나다는 내가 생각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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