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을 소리로 옮기다
정리해고 된 지 4주 차 백수다. 보통 글을 미리 써두고 다음 주 초에 올리니 그땐 5주 차가 되어있을 것이다. 해고된 사연을 옮겼던 지난 글(#006 - 마흔, 낯선 나라에서 퇴사당했다. - https://brunch.co.kr/@hiraeth/11)이 많은 응원을 받았다.
그동안 회사 컴퓨터도 반납하고, 실업급여도 신청했다.
아침에 알람을 맞추지 않고 그냥 눈이 떠질 때 일어난다. 어떤 날은 아침 8시, 어떤 날은 오후 두 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잠으로 따지면 그 누구보다 젊은것 같다.
배달음식을 끊고 직접 요리를 해 먹으니,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도 저번달보다 식비가 300불(30만 원) 정도가 줄었다. 재료를 버리는 게 아까워서 먹다 보니 하루 세끼씩 꼬박 챙겨 먹게 된다.
밥 먹는 것 말고도 주식과 코인을 하루 세 번 정도 체크한다.
미리 결제해 둔 PT가 10번 남아 있어서 아직 일주일에 두 번 운동하러 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조깅을 한다.
이렇게 불규칙한 듯 규칙적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20일 정도가 훌쩍 지났다.
요 며칠 문득문득 이렇게 놀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몇 초씩 스칠 때가 있다.
"응 놀아도 돼~"라고 생각하고 얼른 그 생각을 날려버린다.
마지막 직업이 개발자이기 때문에 관련된 것을 안 하면 자꾸 죄책감이 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개발 쪽만 안 쳐다봤지 진짜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같은 수레바퀴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정리해 보았다. 태생이 멀티는 안되는지라 하나하나 차근차근 시도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시도는 "브런치 글 낭독"이다.
가끔 카페에서 창가 자리에 앉아 오디오북을 들을 때가 있다. 위에 말했듯이 멀티가 안 되어서 진짜 오디오북만 듣는다. 그렇게 오디오북 듣기에 재미가 붙을 때 즈음, 유튜브에서 배우 박정민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는 무제라는 출판사를 만들고 첫 책을 낼 때 오디오북을 먼저 출판했다. '처음부터 눈이 불편한 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한다.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그 인터뷰가 생각이 났다. 그럼 눈이 불편한 분들은 수많은 브런치의 글들을 접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접하더라도 기계가 읽어주는 어색한 음성이겠지.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고 부족한 글쓰기 실력이지만, 나의 글들이 그분들에게 닿을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 첫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비슷한 고민, 불안 등을 가진 분들에게 "여기 저도 있어요! 같이 해나가요!"라고 곁에 있어 주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함께 하는 사람이 많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AI가 읽어줄 수도 있겠지만, 옛날사람이라 그런지 AI 음성을 들으면 영 불편하다. 그래도 내 이야기니까 허스키한 목소리에 아나운서와는 다른 서투른 발음과 호흡이겠지만, 더 잘 전달되지 않을까 싶었다.
일에도 모멘텀이라는 게 있다. 생각났을 때 실행하지 않으면, 실행할 기회를 영영 잃게 된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아이폰을 이용해서 첫 화 녹음을 하고 나니 아침이 다 되어갔다. 어릴 적에 가수들이나 하는 성대수술을 한 적이 있을 만큼 성대가 좋지 않아서 몇 번 녹음을 하고 나니 목소리가 다 쉬어버렸다. 각종 아이디와 채널을 만든 것으로 만족하고 일단 잠이 들었다.
Chat GPT에 물어가며 팟캐스트 채널 생성부터 편집까지 하나하나 진행했다.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닭살이 돋고 부끄러워 숨고 싶었다. "어차피 듣는 사람이 온 세상에 나 밖에 없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전문가의 완성도는 아니어도 성의 없는 결과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여러 번 반복해 들으며 볼륨도 조정하고 호흡을 다듬었다. 분명 여러 번 퇴고한 글이었는데, 읽다 보니 내 글에 어색한 문장들도 많았다.
복도 소음이 없는 조용한 새벽 시간을 활용해 삼일동안 7화까지 녹음을 마쳤다. 성대를 제대로 못 써서 그런지 아픈 목을 부여잡고 아침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낮에는 녹음된 파일들을 반복해 들어가며 녹음 파일을 손봤다. 결과물들은 각각 5분에서 10분 정도로 짧았지만, 처음이기도 하고 요령도 없어서 편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에피소드들을 일단 팟캐스트에 올렸다. 갑자기 너무 부끄러워졌다. 싸이월드에 흑역사가 남듯이 내가 스스로 팟캐스트에 흑역사를 남기는 것 같았다.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이라도 그냥 접을까? 그렇게 되면 내가 고민하고 노력한 시간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뭐, 흑역사를 만들었어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그동안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하면 꼭 돈과 연결시켰다. 이게 돈이 될까?
그렇지만, 이번 오디오북 프로젝트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만에 돈 생각 안 하고
해보고 싶은 걸 한 기분은.. 끝내준다 하하
누군가는 시간낭비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득과 실을 따지지 않고 뭔가 했다는 것.
그게 어딘가에 비어있던 내 마음의 틈을 채워주는 것 같다.
채널명은 "수다쟁이 호랑이"입니다.
유튜브는 영상을 만들어야 해서 채널만 있습니다. 나중에 영상을 만들게 되면 공유하겠습니다.
팟캐스트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파이 팟케스트
https://open.spotify.com/show/6f4gt1JqndTw7H7g62XL8s?si=evbKDHrqTh6qTQWVVhXJJw
애플 팟케스트
https://podcasts.apple.com/us/podcast/go-back-하고-싶은-고백/id183534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