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RINK DIARY
유독 '히비스커스'에 빠졌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나의 무기력증이 원인이었다.
유난히 기복이 심하고 무기력증에 자주 빠지던 하루하루가 너무 싫어 일부러라도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걷다 보면 뭐 하는 건가 싶어 걷는 것조차 멈추고 멍하니 서 있곤 했다.
걷다 멈추다를 반복하면서 다리가 아파질 때쯤 목도 축일 겸 카페에 들어갔다.
제일 싼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좋겠지만 카페인 분해가 되지 않아 조금 더 비싼 메뉴를 시켜야 했다.
그 돈 조차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메뉴를 물끄러미 보다가 ‘히비스커스’라는 이름에 닿게 되었다.
이름의 울림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주문한 히비스커스 청으로 만든 에이드를 갖고 자리에 앉아 한 모금 마셨다.
한 모금 머금은 히비스커스는 찌르는 듯한 산미가 아닌 은은하면서도 자기주장이 있는 그런 맛이었다.
마치 방전된 배터리가 충전되면서 전기를 끌어당기듯이 쭉쭉 들이켰다.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이 아까워 조금씩 홀짝였다.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히비스커스를 마시고 있는 순간이 산뜻하고, 가라앉았던 감정과 기분이 씻겨진 듯 그저 좋았다.
그 이후로 무언가에 홀린 듯 나만의 유행이 되어 하루 한 잔 이상 마시는 날들이 이어졌다.
따뜻한 차로, 차가운 음료로, 상큼 달달한 청으로 다양하게 마셨다.
축 쳐질 때, 우울할 때, 한 잔 마시고 나면 개운해지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어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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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hirondelle_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