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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rondelle Jul 15. 2020

번외편 2 : 도서관 자판기와 유자차

MY  DRINK  DIARY

요즘 자판기에는 유자차 대신 레몬홍차













‘추억의 맛’은 그것이 맛이 있든 없든 간에 모든 산해진미를 이긴다.


추억이란 엄청난 치트키 기능을 하는 것이다.   

  

요새도 도서관 자판기에 율무차, 유자차, 우유가 있나?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겠는 커피 종류만 늘어나 있던데. (재미없게 말이지)  

   

도서관에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머릿 속 도서관은 ‘서늘한 계단의 공기’, ‘지하매점의 라면’, ‘이 세계 던전 같은 책장’의 이미지가 항상 떠오른다.   

  

그리고 도서관 책상에 앉아 시험공부를 하거나 자료수집 차 책장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고 난 뒤 걸음을 옮겨 자판기 앞으로 향했다. 


매번 뭘 마실까 고민하지만 쓸데없는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도 늘 유자차였다.      

    


‘톡!’      


‘지이잉’          



자판기에서 삐 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참 길다.     


뜨거운 컵을 잡아 한 모금 마시면 시큼 달달한 맛이 온몸에 찌릿찌릿하게 전해져온다.


물론 이것은 진짜 유자가 아닌 유자 맛 첨가 분말로 만들어진 것이다.

컵 안의 샛노란 찻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시큼한 차를 다 마시고 난 뒤에는 항상 다음번에는 다른 거 마셔야지 하고 다짐을 해 보지만 바보 같은 짓이었다.     


오늘도 그 추억을 되새기며 집으로 향하는 버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서관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인스타: @hirondelle_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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